박근혜 대통령이 보수 논객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 후보자가 ‘언론 밥’ 먹고 살았던 기자 출신 대선배라는 점에서 다소 미안한 감이 없진 않지만, 전할 말은 전해야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창극 후보자는 국무총리 적임자가 아니라는 것이 주변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그동안 문 후보자는 극우 성향의 칼럼 뿐 아니라 서울 편향 또는 지방 무시로 해석될 수 있는 글을 종종 써왔다. 글은 자신이 갖고 있는 철학의 반영이다. 극우와 서울 편향의 철학을 펼쳐왔던 그가 한국사회의 갈등을 해결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이반된 민심을 수습할 적임자인가에 대한 강렬한 회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실제로 문 후보자에 대한 야권 및 지역의 반발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거세지는 형국이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일대혁신과 통합이 요구되는 지금 극단적 이념편향, 냉전적 가치, 증오의 사고로는 통합도 혁신도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대중 평화센터와 노무현재단도 논평을 통해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힐난하고 유언조차 조롱한 비상식적 인사가 어떻게 사회 통합을 이끌 수 있겠는가”라고 한탄했다.

지역에서의 반발은 영남, 호남, 충청을 거쳐 제주까지 확산되고 있다.

호남에서는 과거 그가 중앙일보 재직시 칼럼을 통해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재차, 삼차 드러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설과 해외재산 도피설을 썼다하여, 제주에서는 ‘제주 4·3사건’을 폄훼하는 주장을 했다하여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부산과 충청의 언론들 역시 문 후보자가 동남권 신공항과 세종시 건설을 반대한 전형적인 서울 편향적 사고의 소유자라며 연일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백번 양보해 문 후보자가 썼던 칼럼은 ‘과거’라고 치자. 그렇다면 국무총리로서 그의 ‘미래’는 어떠한가.

세월호 참사 이후 민심수습용 총리라는 점에서 그에게는 두 가지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하나는 대통령에게 과감하게 직언하는 ‘용기’이고, 다른 하나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같은 공직 개혁을 추진하는 ‘능력’이다.

하지만 이러한 역량 역시 태생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여러 가지 면에서 대통령과 코드가 일치하는 그가 도대체 어떤 주제에 대해 과감한 직언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동안 그가 쓴 칼럼의 색깔이나 온도에 비추어 볼 때, 국민대통합을 저해하고 있는 인사편중이나 지역균형발전 문제에 관해 그가 ‘과감한 직언’을 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헌법상 총리의 역할은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 부를 통할하는 것이다. 언론인 출신인 그에게 이 부분은 치명적인 약점일 수 있다. 공직의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총리의 개혁 드라이브를 공직사회가 잘 믿고 따라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문창극 후보자를 지명하기에 앞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국민의 뜻에 따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언급한 ‘이번 지방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결국 ‘갈등을 치유해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달라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문창극 총리 후보자 지명은 자신의 말을 뒤집는 것임은 물론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마이 웨이식 종전 국정운영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서울취재본부 국장 jski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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