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이 도시에서 살고, 그 인구는 점점 증가추세다. 오늘 세계 모든 도시들이 지구촌 에너지원의 75%내외를 소비하고 있고, 그 만큼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도시민의 일상생활, 교통수송과정, 공장가동, 각종 건물의 유지 등의 과정에서 쉼 없이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에너지원은 석탄 석유 가스 같은 화석에너지이고, 전력에너지의 상당한 부분이 핵에너지이다. 오늘날 기후환경위기와 방사능 공포는 도시가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 재생에너지 도시.’ 꿈같은 말인지 모른다. 다가서기 힘든 이상적인 도시처럼 보일 것이다. 특히 화석에너지, 핵에너지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현실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기후환경위기가 고조되면서 이런 꿈과 이상이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화석, 핵에너지에서 바람·태양·지열·바이오·해양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이 이미 시작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미국의 지구정책연구소가 최근 펴낸 ‘위대한 전환’이란 자료에 의하면 지구촌 곳곳에서 거대한 에너지전환이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많은 도시들이 이 일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3월 말, 60만 인구의 해변도시 벤쿠버(캐나다)는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도시의 모든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것을 발표했다. 시민들의 대의기관인 시의회가 만장일치로 이를 통과시켰다. 캐나다 도시로서는 최초이다.

밴쿠버는 현재 32% 재생에너지를 도입하고 있고, 202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앞선 녹색도시를 만들겠다는 ‘녹색도시 2020행동계획(2011년 발표)’이 진행 중이다.

벤쿠버는 향후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력, 교통수송 그리고 건축물의 냉난방 등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예정이다. 실로 야심찬 구상이다.

그레고르 로베르트손(Gregor Robertson)시장은 기후환경위기임을 공감하며 유난히 ‘도시의 행동’을 강조하고 ‘우리는 더 이상 연방정부의 조치를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세계 도처의 도시들이 기후변화의 화급한 과제에 대처하는 지속적인 리더쉽을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했다. 벤쿠버는 ’2050년 100% 재생에너지 도시‘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정책을 올 가을 발표할 예정이다.

벤쿠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도시들인 스톡홀름(스웨덴) 센프란시스코(미국) 시드니(호주) 코펜하겐(덴마크) 뮌헨(독일) 레이카비크(아이슬란드) 등과 60여개의 도시들이 ’탄소제로, 100% 재생에너지 도시‘를 지향해 가고 있다. 화석, 핵에너지 의존은 기후변화, 수질대기오염, 해양오염, 종의 멸종, 물과 식량부족, 빈곤, 방사능공해, 핵확산, 에너지고갈, 지정학적 갈등 등 부작용을 야기해 왔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이런 모순 구조를 극복하며 건강한 지구와 인간, 에너지 안보, 신 성장 동력과 경제진흥, 녹색의 일자리 등을 약속한다. 에너지 전환의 길은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우리 도시들에서도 변화는 시작되었다. 도시 곳곳에 건물의 지붕이나 유휴부지에 태양광 페널이 쉽게 보인다. 가까운 미래 석유자동차가 아니라 전기자동차를 보급하겠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시민들은 화석에너지나 핵에너지의 폐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다만 변화의 속도가 더딜 뿐이다. 이제 우리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벤쿠버나 스톡홀름이 간다는데, 우리가 못갈 이유가 있겠는가. 20세기형 에너지 패턴에 안주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100% 재생에너지 시대’는 21세기 현실이어야 한다. 그것이 현실이 되게끔 우리 나름대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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