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정청래의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막말’ 정치로 가뜩이나 ‘콩가루 집안’인 새정치연합의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졌다.

최고위원 정청래는 지난 8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석상에서 전남 여수 출신의 주승용 최고위원에 대해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해 참다못한 주승용 최고위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게 만들었다.

당내 ‘친노 그룹’으로 분류되는 정청래는 이어 광주 동구 출신의 박주선 의원에게도 SNS를 통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를 지원하려고 했다”면서 호남 출신 당내 비주류 의원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특히 그는 지난 19대 총선 당시 모바일 경선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발생했던 불의의 선거운동원 사망사고를 언급하는 등 광주 동구민들에게 큰 아픔으로 남아있는 사건을 박 의원 ‘공격’을 위해 의도적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그는 또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일부 호남 의원들을 겨냥해 “호남과 DJ를 팔아 분열을 조장하여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구태 구악 세력과는 정면으로 맞서 싸울 것”이라며 “이것이 시대정신이고 광주정신”이라고 주장했다.

최고위원인 그가 이처럼 일부 호남 출신 의원들을 겨냥해 ‘막말’을 쏟아내는 것은 나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추측을 반증하듯 그의 트위터나 페이스북 글에 대한 일부 댓글에는 “속 시원하다”는 등의 의견도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러한 몇몇 특정한 의견에 현혹돼 계속 ‘막말’ 정치를 이어갈 생각이라면 곤란하다. 천성이 공격적이거나 갈등유발적인 극소수 사람들을 제외하고 평범한 대한민국의 국민 대다수는 정청래 식의 ‘막말’ 정치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 회사원은 “정청래는 ‘선명한 야당’을 기치로 내건 사람인데, 말을 함부로 해야만 선명한 것이냐”고 반문하고 “TV를 보다가 정청래가 나오면 (짜증이 나) 다른 채널로 돌리게 된다”고 말했다.

혹자는 그의 ‘막말’을 놓고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행위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주승용·박주선 의원 등 호남 출신 비주류 의원들에 대한 그의 ‘막말’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철저히 의도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가, 혹은 그가 속한 ‘친노 그룹’이 의도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의 심리 상태는 자신의 글에 잘 나타나 있다. 그의 SNS 글을 읽어보면 그는 여전히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며, 광주의 민심도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가 만나는 몇몇의 광주사람들이 그런 왜곡된 정보를 전달해 주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깨달아야 한다. 알고 지내는 광주사람들이 전달해준 말이 100% 맞는다고 해도 그것은 광주 전체의 민심이 아니라, 그들만의 견해일 뿐이다.

제1야당의 최고위원이라는 자리는 다양한 의견이나 견해도 충분히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기본적인 자질과 인격을 갖춰야 한다. 만약 자신이 다양한 의견을 듣지 못하고 있다면 이건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이 부족한 탓이다. 남 탓 할 일이 아닌 것이다.

사실 ‘막말’은 나름의 용기가 필요하다. ‘막말’을 듣게 되는 대상의 물리적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혼자 있을 때 보다는 누군가 뒤에 있거나 어떤 조직에 포함돼 있을 때 더욱 잘하게 된다. 이는 불량 청소년이나 조폭들의 예에서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나 발언에 대한 평가를 친숙한 집단에서만 구해서는 안 된다. 그의 ‘막말’ 정치가 때론 돈키호테 같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한 이유는 발언 수위 조절 및 피드백 과정이 이른바 ‘친노 그룹’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도 응집력이 높은 성원들 간의 동조는 집단 사고의 위험을 부를 수 있다고 본다. 집단 응집력은 구성원끼리 서로 뭉치고 좋아하는 정도를 말하는데 ‘친노 그룹’에 속한 사람들의 응집력은 보충 설명이 필요 없다. 이러한 집단 사고는 자신감에 넘쳐 있거나 자기 집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도덕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되면 위험이 더욱 커지게 된다. 남의 말은 귀담아 듣지 않으며, 자신들만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오판한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소집단 내 이견은 점점 줄어들고, 만장일치는 점점 늘어간다. 한명숙 전 대표 이후 ‘제1야당’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친노 그룹’에 대해 세상이 내리고 있는 비판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이론의 영역을 벗어나 현실적으로도 그의 ‘막말’ 정치가 부정적인 이유는 일반 국민들이 듣기 싫고, 보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막말’ 보다는 품위있는 말을 사용해 줄 것을 원한다. 이런 사례들은 이미 여러 선거에서 입증된 바 있다.

그가 이른바 ‘선명한 야당’이란 구실로 앞으로도 계속 ‘막말’ 정치를 이어갈 심산이라면 차라리 출당조치를 하는 것이 옳다. 내년 총선은 물론 내후년 새정치민주연합의 집권에도 절대적으로 해를 끼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죽을 때까지 배우듯 정치인 정청래는 이번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듯, ‘막말’로 흥한 자 ‘막말’로 망하게 될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jski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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