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3총선을 거치면서 지방에도 ‘권력 이동’이 심화되고 있다. 정치평론가들은 올해 총선에서 보여준 호남지역의 지방권력 이동은 향후 대선을 좌지우지할만한 대사건으로 보고 있다. 그 구체적인 징후가 곳곳에서 잔지진처럼 번진다.

최근 호남 민심을 추스르겠다고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더민주 소속 13명 광주시의원과 간담회를 제안했으나 전원 거부했다. 일당 독점 시대엔 있을 수 없는 항변이다. 중앙당이 주재한 행사를 집단 보이콧한 것은 보통 괘씸죄가 아닐 터인데도 당당하게 목소리를 낸 것은 지방권력의 큰 변화다.

더욱이 같은 날 윤장현 광주시장과 더민주 광주시의원 일부가 대부분 국민의당 당선자인 ‘제20대 광주전남 국회의원 당선자 교례회’에는 참석을 했다. 광주·전남 지역 당선자 18명 중 16명이 국민의당 소속이어서 국민의당의 축제와도 같은 자리에 김종인 더민주 대표와의 만남을 거부하고 다른 당 행사에 간 것은 거의 해당행위에 가깝다. 그동안 일당 독점 광주정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년 후 지방선거를 의식한 포석이긴 하나 지방권력이 중앙권력에 대드는 일은 지방권력자들이 지역민의 여론을 의식한 탓으로 본다.

결국 4·13총선에서 보여준 지역민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은 한국정치지형을 바꾸고 지방권력에 강력한 경고를 함으로써 지방권력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의식한 김종인 대표는 광주를 찾아 ‘호남민심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당은 계속 비상상황’이라고 자성 목소리를 냈다. 맞다. 더민주가 이번 총선에서 제1당이 됐다고 당의 비상상황이 해제됐다고 생각하고 수권정당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호남민심은 돌아가지 않는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당은 국민에 의해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봤듯, 지역민의 정치지형 변화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 ·지방의원도 변하지 않으면 2년 후 지방선거에서 4·13총선에서 보여준 지역민의 철퇴를 맞을지 모른다.

지역민이 지방권력에게 바라는 바는 치열한 정책경쟁·정책전쟁이다. 곧 있을 광주시의회·전남도의회 의장 선거부터 계파 싸움이 아니라 ‘어떤 지방정치를 하겠다’는 비전 싸움을 하라. 광주시의회 경우 더민주 13명, 국민의당 8명으로 오랜만에 양분돼 본격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제대로 싸워보라. 지방정치가 국회의원에게 지배당하는 구도를 광주에서부터 과감히 깨보라.

전남도의회의 경우도 현재 더민주 30명, 국민의당 24명, 새누리당 1명, 무소속 2명으로 구성돼 있는만큼 더 폭넓은 정당 대결을 해보라. 전남도 역시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 이개호 의원 단 한명,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1명을 제외한 전 지역이 국민의당이 당선됐다. 전남도의회도 다당구도의 힘을 잘 이용해 지방권력 자치의 힘을 보여주어 중앙정치를 견제하라.

특히 정책 경쟁을 치열하게 하길 바란다. 그동안 더민주 일색이어서 우호적으로 유지됐던 의회와 집행부 사이의 관계에도 긴장감을 더하고 견제와 비판을 강화하기 바란다. 집행부 감시기능을 한층 강화시키고 두 정당이 선의의 정책경쟁을 벌여 지역의 묵은 현안을 멋지게 해결해보라.

광주의 5개 구청과 전남의 22개 시·군에서도 정당간 대결을 더 활발하게 해야 한다. 현재 광주·전남 지자체장들의 당적을 분석해보면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낙연 전남지사 모두 더민주 소속이고, 광주 구청장 5명 중에서도 4명이 더민주 소속이다. 동구청장만이 국민의당 소속이다. 전남의 경우 시장·군수 22명 중 더민주는 14명, 국민의당은 1명, 나머지 7명은 무소속이다.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의 당적이 확연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중앙 예산 확보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궁금하다.

그러나 지방권력이 내년 대선을 의식해 ‘잠룡’들 사이에 치열한 지역 민심확보 경쟁에 휘말려 지자체장으로서 해야 할 행정력을 소진한다거나 각 당의 차기 당 대표를 의식해 너무 정치적으로 우왕좌왕한다면 ‘상생의 경쟁’이 아니라 주도권 다툼 양상으로 피곤해질 수 있다.

총선결과는 민의를 반영했다. 민의를 외면하면 설 자리가 없다. 원내 1당의 당적을 유지할 것이냐, 텃밭 맹주로 갈아 타느냐, 당적을 초월할 것이냐, 지방권력의 고민이 깊어진 4월이 가고 있다. 국회의원과 단체장들은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공존을 모색하되, 야2당 헤게모니 프레임에 사로잡혀 지역발전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 초당적 협조를 통해 16년만의 여소야대의 성과를 공유하고, 진정 지역민이 원하는 지방정치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 광주전남 지방권력이 지역민에게 보여줘야 할 모습은 싸움이나 갈등이 아니라 상생을 위한 경쟁, 협치(協治), 공존, 정치개혁이다. 호남의 자존감을 세우고 균형발전시키는 것, 최대의 숙제를 함께 풀어가는 모습이다. 그럴 때 지역민은 지방정치인에게도 혐오와 불신의 시선을 거두고 신뢰와 격려의 눈빛을 보내줄 것이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로부터 자유로우며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지역의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지방권력은 이번 총선의 준엄한 회초리를 되새기고 지역민이 지방권력에 원하는 지방정치가 무엇인지 숙고해봐야 한다./ssnam48@kjdaily.com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