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평창동계올림픽에 관여하고 있는 한 지인이 전화를 했다. 대뜸 하는 말이 ‘광주는 보석을 품고도 보물을 못알아본다’였다. 무슨 얘기냐, 2019광주세계수영대회 사무총장 얘기였다. 지인은 광주유대회를 성공리에 이끈 조직위 김윤석 사무총장의 능력을 높이 사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스카웃하려 했다는 후담을 얘기하면서, 2019광주세계수영대회 사무총장으로 내정됐다는 얘기를 듣고 광주는 참 복도 많다며 축하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잡음이 있다는 얘기를 문체부로부터 듣고 헛웃음이 나왔다며 흥분했다.

얘기인즉, 얼마 전 광주세계수영대회조직위가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출범했는데, 사무총장을 선임하지 못했다. 광주시는 당초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율을 통해 김윤석 현 광주유대회조직위 사무총장을 내정하고 인가를 받고도 인선을 취소한 것이다.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국비지원 입장 불가 방침에 예산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지원 당위성을 강조해 결국 예산 배정을 도왔던 문체부는 굉장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면 광주시는 왜 이런 길을 택했나. 벌써 여론은 광주시장 측근개입설, 비선실세 의혹, 집행위원 셀프추천, 주변인물의 압력 등 억측과 증언이 난무하고 있다. 물론 김윤석 사무총장보다 국제스포츠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이가 있으면 그 인물이 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는 지원을 받아야 할 정부에도 광주시민에게도 전혀 설득력이 없는 인사농단으로 비춰진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한 세계수영대회 사무총장 인선을 이렇게 쉽게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리고 나서 내년에 문체부와 국비 74억원, 시설배치, 조직운영 협상을 어떻게 할 계획인가. 정부 기관과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버리고, 스스로 갈등의 씨앗을 심은 후 어떤 이익을 취할 셈인가.

평창동계올림픽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광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이런 사단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국제적인 망신이라 했다. 벌써 고난의 조짐이 보인다. 국제수영연맹(FINA)이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확약서를 재요청하고 나섰다. 스포츠계에서는 유치 당시의 정부 문서 위조 파문과 광주시공무원노조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가입과 관련해 대응수위를 격상시키고 있는 정부가 광주수영선수권대회 지원을 줄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의식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올림픽, 월드컵에 이은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인 세계수영대회는 전 세계 10억 명이 실시간으로 시청한다. 5월초 광주를 첫 공식 방문한 FINA 코넬 마르쿨레스쿠 사무총장은 윤장현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회 성공을 위해 상호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었다. 현재 정부는 수영대회 지원본부 구성을 위한 조직 개편안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자, 이런 상황에서, 관련 부처와 협의 채널을 다양하게 마련해 내년도 예산을 확보하고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가면서 세계수영대회를 성공시킬 수 있는 적임자는 누굴까. 광주 내부에서 어떤지 모르지만 외부에서는 ‘메르스’라는 악재를 극복하고 광주유대회를 성공시킨 김윤석 사무총장을 꼽는다.

김윤석 총장은 세계 스포츠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은 광주U대회를 성공을 넘어 ‘전설’이라고 극찬했다. 대회가 끝난 후 지난 3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FISU 집행위원회에서도 위대한 시민, 조직위가 만든 합작품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세계 종합대회에서 거둔 종합우승, 세계신기록(양궁), 한국신기록(육상) 수립은 ‘월드컵 4강 신화’가 탄생한 광주가 스포츠도시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됐다. 그 결과, 광주는 영국 스포츠분석 전문매체 ‘스포트칼’이 발표한 세계스포츠영향력 프로젝트 도시 순위에서 22위(2015년 기준)에 올랐다. 순위권 밖에 밀려나 있던 아시아의 작은 도시가 하계U대회와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2개의 메가 스포츠 이벤트 영향으로 2013년 34위, 2014년 24위에서 서서히 순위를 올려가며 런던, 리우데자네이루와 같은 세계 스포츠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광주시장이나 광주시 스포츠 관계자들은 국제수영연맹이나 정부가 원하는 김윤석총장을 2019광주세계수영대회 사무총장으로 극진히 모셔야 할 입장이다. 시시비비도 모자라 감놔라배놔라 하는 주변인들 잡설에 매료돼 이렇게 큰 실수를 한 댓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다.

실수는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이미 대구유대회를 치렀던 대구는 기존의 섬유산업에 스포츠를 더한 융복합산업을 신성장동력 삼아 전진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스포츠산업 육성, 지원 정책 방향과 맞물려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스포츠도시로 성장해가고 있는 광주에게도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은 좋은 기회다. 호기(好機)를 잡기 위해, 광주유대회 성공 에너지를 다시 모아 다음 이벤트를 준비해도 모자를 판에 시간·인력 낭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국제대회는 통상 5년 전 조직을 갖추어야 한다. 국제대회 준비사정과 비교하면 늦은 감이 있다. 이 와중에 다른 지역에서 탐내는 적임자를 무슨 이유로 망설이는 것일까. 문체부까지 원하는 인물을 백지화한 것은 무슨 의미일까. 김윤석 사무총장을 고수하거나, 새로운 인사를 추천하더라도 후유증을 피하기 어려운 이 엄청난 상황을 왜 만들었을까. 이런 각종 구설과 논란, 행정력 낭비를 초래한 이는 과연 누구인가. 국제대회를 하면서 우물 안 인사를 통해 자리 나눠 먹기 하겠다는 꼼수, 과연 누가 부렸는가. 광주시민이 납득할만한 정직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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