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5(화)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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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호남사람 없으면 존재할 수도 없는 국민의당이 요즘 부끄럽다. 지난 4·13선거과정에서 제3당 출현을 희구하며 호남지지자들은 광주·전남·전북에서 국민의당 공천자가 실력 있든없든 거의 당선시켰다. 정치개혁이라는 시대적인 사명, 정권교체 열망을 호남사상·광주정신에 실어 지지해준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지지의 내용 안에는 비례대표나 당직자 인선에서도 호남의 정치의지, 광주의 정치변화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인물을 발탁하거나 배치했어야 한다. 호남에 대한 예의다.
그래서 현재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국민의당 비례7번 김수민의원 사건을 보면서 호남사람들은 안철수·천정배 대표 뿐 아니라 당시 더민주당에서 건너가 국민의당 4·13총선을 지휘한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도 서운한 마음을 갖게 된다.
지난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13총선 과정에서 억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국민의당 비례대표 김수민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박선숙의원과 왕주현 사무총장도 고발했다. 당사자들은 즉각 ‘사실 아니다’고 연일 반발하고 있지만, 30살 최연소 여성의원을 바라보는 호남사람들은 마뜩찮다.
현재 김의원을 둘러싼 의혹은 세 가지다. 2억원대 자금의 용처, 리베이트 주도자, 비례대표 공천 흑막. 이 세 가지 의혹 중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은 리베이트 부분만 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리베이트는 없었다’는 잠정 결론이다. 돈은 김수민의원 회사에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너무 성급한 결론이란 비판이 나온다. 현재 서울서부지검은 김수민의원 박선숙의원 왕주현사무총장 등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향후 검찰 조사에서 국민의당 관계자들의 혐의가 일부라도 드러날 경우 성급한 발표는 상당한 후폭풍을 낳을 것 같다.
자,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 이미지가 만신창이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호남사람들이 느낄 배반감은 어쩔 것인가. 국민의당을 탄생시킨 주역이 호남이고, 현재 국민의당이 제3당이 되도록 한 것도 호남사람들인데, 호남사람을 대변할 만한 비례대표 한 명 당당하게 넣지 않은 상태에서 김수민의원 영입 및 비례대표 공천과정의 흑막을 지켜보노라니,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형국이다. 누가 봐도 호남당인 국민의당에 김수민의원이 꼭 필요한 이유를 안철수·천정배 대표는 논리적으로 얘기해야 한다.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 당규를 위반하고 밀실위임을 통해 성급한 공천을 했다는 증거와 의혹이 나왔고, 그 과정에서 누구누구가 개입했으며 누가 결정을 했다는 얘기를 종합해보면, 새정치가 아니라 헌정치 수준도 안된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는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김수민 의원이 총 기획자라고 보이지 않는다’며 배후 의혹을 제기했다. 자신의 SNS에 ‘이건 프로의 솜씨’라며 ‘관위와 검찰을 비판하면서 야당탄압이라고 주장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당이 이 사건을 철저하게 규명하지 않으면 새누리에서 넘어온 지지층은 물론 호남 등 고정지지층도 각각 다른 곳으로 마음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한다. 당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위원회가 김수민 의원의 비례대표 7번 배치 사실을 발표 당일까지 몰랐다는 내부 추천위원의 주장을 듣고보니, 미숙한게 아니라 모자라다는 생각이 든다. 당내에서는 김수민의원 공천 직후부터 자격시비가 제기돼오는 등 공천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때 수습했더라면 내부고발자가 생겼겠는가. 당 대표는 모든 의혹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풀어야 한다.
검찰은 국민의당 공천 과정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국민은 김수민의원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공천헌금이 건네졌을 가능성에 대한 강한 의혹을 갖고 있다. 호남인들은 애초 공모를 통해 선정한 국민의당 PI를 선거 한달 남겨놓고 김수민 의원 측 브랜드호텔로 바꿀만큼 김수민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꼭 되어야 할 이유가 있었는가 궁금하다. 브랜드앤컴퍼니는 애초에 제작된 당의 PI가 바뀌는 과정에서 당과의 사전 협의가 없었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수민씨가 새로 제안한 PI가 기존 것과 거의 비슷한데도 전격 교체하고 비용을 증가시킨 이유가 참 궁금하다.
이 차제에 호남사람들은 호남당인 국민의당 13명 비례대표의 면면을 다시 심사해볼 필요가 있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호남당에 들어와 호남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물어보자. 이들의 정치개혁 의지는 호남의 생각과 얼마나 합치되는지 알아보자.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 국민의당 공천위원들은 호남을 단 1%라도 의식했는지, 호남에는 그렇게도 내세울만한 벤처사업가나 청년비례를 할만한 인물이 없었는지 물어보자. 이 과정에서 안철수·천정배 대표는 호남의 어른들에게 호남정신을 이어받아 정치의 새 패러다임을 끌고갈 인물이 있는지 자문해봤나? 어떤 광주 어른은 ‘제발 새정치 해달라’는 작은 염원을 모아 탄생시킨, 호남에 기생하는 정당이 호남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정확한 목표와 정체성도 없이 비례공천의 칼을 휘둘렀다고 생각하니, 잠이 안온다고 했다.
호남이 바라는 새정치는 기성정치가 보여준 진부한 모습이 아닌, 새로운 자세와 새정신이다. 기존 정치권에서 신물나게 지켜본 밀실공천·독점정치·말바꾸기에는 ‘새정당의 희망’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사건은, 누군가는 대표에서 물러나고, 누군가는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호남에 사죄해야 할 일이다.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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