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내부자들’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거 뭣 하러 개·돼지들한테 신경 씁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 질 겁니다.’

사람을 개·돼지로 빗대는 것은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최대 ‘모욕’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말이 실제로 교육부 고위공무원 입에서 나왔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한 언론사 기자들과 식사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욕했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 미국을 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정치니 뭐니 이런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하원··· 위에 있는 사람들이 걔들까지 먹고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다’

교육부 정책기획관 자리는 고위공무원 2~3급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대학구조개혁 같은 굵직한 정책을 기획하고 타 부처와 정책을 조율하는 주요 보직이다.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교직발전기획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을 거치고 지난 3월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한 사람이 국민을 ‘개·돼지’로 생각하는 건, 자신이 누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인가 망각한 도발이다. 교육정책을 연구·수립하고 이를 운용하는 막중한 책무를 가진 이가 민중을 개·돼지로 취급하면서 교육정책 전반을 어떤 시각으로 기획하고 총괄했는지 알만하다. 국정교과서, 누리과정 같은 교육정책들이 그 비루한 손끝을 거쳤을 생각을 하면, 그걸로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이 불쌍하다.

지금, 개·돼지 취급 받은 국민 99%가 흥분하며 그를 향해 쏟아내고 있는 비난은 울분에 가깝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지금 짖어대는 개·돼지들은 적당히 짖다가 멈춰야 하는데, 멈출 줄 모른다.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그의 사과도 공분을 삭히지 못하고 있다. 대려 그가 지칭한 개·돼지에게 물려 그가 죽게 생겼다.

결국 민중의 분노를 견디지 못한 교육부는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을 파면한다고 한다. 파면한다는 기사가 나갔지만,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국민을 모욕한 죄까지 사면될 수 없기 때문이다. ‘태백산맥’저자 소설가 조정래씨는 나향욱 전 기획관을 ‘기생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 작가는 신작 ‘풀꽃도 꽃이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99%가 개·돼지새끼들이라면 개·돼지가 낸 세금 받아먹고 살아온 그는 누구냐. 그는 개·돼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거나 진딧물 같은 존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조정래 작가가 덧붙인 말은 심금을 울린다.

‘그것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란 사실을 여러분이 아시길 바란다. 그 사람이 공무원 돼 살아온 동안에 교육부 전체 분위기가 그 따위였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당사자를 파면시켜야 하고 그를 요직에 앉혀놓은 교육부 장관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부총리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전교조 역시 교육부 장관 등 책임 있는 정부 인사의 대국민 사과와 강력한 문책 인사를 촉구했다.

필자 역시 ‘이것이 비단, 우리 사회나 기획관만의 생각일까’라는 점 때문에 우울하다. 우리 사회 1%는 나향욱 기획관의 생각에서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을 거다. 따라서 나향욱 개인의 징계 정도로 넘길 차원이 아니다. 국민적 공분은 현재 교육부를 폭파할 기세로 번지고 있다. 다른 부처도 아니고 교육부에서 국민을 개·돼지 취급한 것은 ‘정신적인 테러’나 마찬가지다. 이 살기 힘든 시절에 ‘격차가 존재하는 사회가 합리적인 사회’라고 국민 염장을 질러야 쓰겠는가. 양극화가 심해져도 공정한 기회와 과정을 통한 결과라면 패자가 원한까지 품지 않을 것이다. 공정한 기회와 과정의 틀을 짜고 집행해야 할 공직자가 자신이 1%라 해서 99%를 짐승 취급하는 것은 이 시대의 큰 슬픔이다.

그가 개·돼지로 알고 있는 99%국민은 세금납부자들이고 그를 포함한 1%는 세금소비자다. 소위 통치계급에 속하는 세금소비자는 99%세금납부자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으로 교육 정책을 총괄하는 사람이 주인을 향해서 개· 돼지라 하는 것은 비뚤어진 엘리트의식과 전근대적인 사고다. 국민이 우매해서 공무원에게 나랏일을 맡기는 것 아니다. 국민을 대신해 일하도록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교육의 균등한 기회 제공을 통해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놔줘야 할 교육부가 ‘신분제 공고화’ 사고를 가진다면 교육이 어떻게 되겠는가.

이번 사건은 분명 특수한 개인의 우연한 술주정으로 볼 수 없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도민을 향해 ‘쓰레기~개·돼지~’운운했다는 기사만 봐도 1%의 99%에 대한 의식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폭언이나 망언을 넘어선 이 끔찍한 우월의식을 우리는 그냥 넘겨버릴 수 없는 것이다. 국민도 이제 ‘개·돼지’만도 못하는 공직 부적격자들을 감시하고 걸러 내야한다. 민중의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며 쇄신을 요구해야 한다.

생산 활동에 종사하지도 않으면서 국민이 내는 세금에 의존해 사는 ‘기생충’ 주제에 월급을 주는 국민을 경시하는 태도는 용서하기 어렵다. 절대 용서하지 말자.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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