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9백일 문화축제에 참석했다가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준수방 일대를 도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훈민정음 연구를 했던 정음문화원과 준수방 키친 피잣집에 갔습니다. 우리 음식과 파스타로 하는 퓨전요리가 일품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제1회 훈민정음축제가 열리는 걸 보고 관심을 가졌습니다. 또 내일 모레 9일은 570돌 한글날입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소리’라는 이름으로 세종대왕이(1397~1450) 1443년에 창제한 훈민정음은 1446년 (세종28년)에 반포되었습니다. 세종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창제한 훈민정음은 국보 제 70호로 지정되었습니다. 현재 존재하는 훈민정음 해례본은 1940년 경상북도 안동의 어느 고가에서 발견되어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 후 이듬해인 1946년, 훈민정음 반포500년에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세상에 공개 했습니다. 훈민정음 반포570년 일제강점기를 지나 세상에 나온지 70년이기에 올해 한글날은 의미가 더욱 큽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현재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그걸 기념하여 올해 큰 축제를 엽니다. ‘밍가노니 수비니겨 날로쑤메 (현대어 만드노니 쉽게 익혀 날마다 씀에)’ 를 주제로 성북구가 주최하고 국민대학교 훈민정음축제팀이 주관 간송미술문화재단 정음문화연구원이 후원하는 제1회 훈민정음 축제는 성북구 일대에서 8~9일 양일간 열리며 레고로 만든 훈민정음 서문 작품 감상과 교구로 훈민정음 자·모음 만들기, 서문 암송하기등 다채로운 행사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내년이면 훈민정음 해례본은 유네스코에 등재 되었으며 내년이면 20주년이 됩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에서 2회 훈민정음 축제를 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금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제가 ‘온세상 한글로비추다!’인데, 그렇게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간송미술관은 1966년 전형필의 수집품을 바탕으로 한국민족미술연구소 부설 미술관으로 발족했습니다. 전형필은 1929년부터 우리나라 전적·서화·도자기·불상 등의 미술품 및 국학자료를 수집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등 국내외의 격동 속에서 일반에게 공개하지 못한 채 사망했습니다. 아들인 성우·영우가 유업을 이어 1965년 가을부터 한국 고미술품 및 전적 정리작업을 시작, ‘고 간송 전형필수집 서화목록’ 상·하권을 간행했습니다. 그중 ‘훈민정음’을 비롯하여 10여 점이 국보로 지정되었으며, 많은 유물들이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전형필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더러는 바보라고 여겼습니다. 고서화며 도자기를 사들이는 데 10만 석 재산을 쏟아부었습니다. 사재를 털어 문화재 해외 유출을 막아낸 그는 국가와 후손에게 막대한 경제적·문화적 가치를 남겼습니다.

젊고 돈 많은 청년이 택한 것은 문화재 수집이었습니다. 식민지의 젊은이는 일본인 손에 넘어가는 문화재를 건져냈습니다. 명품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시세의 2~3배를 얹어주니 시중에 나온 명품은 자연스레 그에게 흘러왔습니다. 일본으로 건너가 영국인 개츠비에게 10만 원을 주고 국보급 청자10점을 사들인 적도 있습니다. 서울 시내 번듯한 집 한 채에 1천원 하던 시절입니다. 간송은 한 번 사들인 문화재는 다시 내다 팔지 않았습니다. 조선 사람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습니다. 간송은 나라가 할 일을 대신 해냈습니다. 1962년 1월 26일 세상을 떠난 그가 남긴 문화재의 경제적 가치는 수천억 원을 넘습니다. 모든 게 민족의 자산입니다. 우리도 이런 존경할만한 조상이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지역의 소중한 자산을 토대로 주민과 함께 축제를 벌여나가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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