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밤의 일이다. 11월2일 오후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무용공연을 가졌다. 필자가 운영하는 김미숙뿌리한국무용단의 ‘삼백날’이 대구 무대를 꾸린 것이다. 광주에서 초연을 갖고 난 후 거의 한달 만이다. 다른 지역이 아니라 대구에서의 공연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그래서 준비단계에서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임했다. 물론 무대가 올려지는 그 순간, 아니 무대가 끝날 때까지 그 설렘은 계속됐다. ‘삼백날’은 대구시민들이 관람하는 가운데 한꺼풀 한꺼풀 그 모습을 드러내고 많은 박수를 받았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오해 속에서 버둥거리며 살아간다. 그 속내를 알게 되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을 오해라는 단단한 껍질을 깨지 못하고 서로 적대시하거나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기 일쑤다. 지역감정도 그런 거 아닐까 싶다. 그 오해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만나는 것이다. 만나서 상호 알아가는 것이다. 상대가 품은 의도와 상황을 알게 되면 그렇게 서운하지 않을 일도 틀어지면서 오해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곤 한다. 무릇 개인의 일도 그러하건대 그게 지역의 집단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거기다 정치권의 이용에 의해 더욱 증폭되는 사례가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관계가 그게 아닐까 싶다. 팩트는 별거 없을 수 있는데 그러저러한 이유로 꼬이면서 복잡하게 얽히기 십상이다. 그렇게 소원해진 지역감정을 풀기위한 시도가 적잖이 이어져 오다가 최근 달빛동맹으로 광주-대구간 문화교류가 밀도높게 전개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김미숙뿌리한국무용단이 이번에 대구공연을 다녀온 것이다. 참으로 의미있는 나들이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광주공연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다른 지역, 그것도 대구공연이라는 점에서 앞서 말했던 설렘과 긴장이 교차했다. 더욱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조금은 있었던 듯 하다. 이 땅의 어머니들은 누구나 비슷한 삶을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여성들의 삶을 내밀하게 그린 ‘삼백날’ 역시 대구 여성들과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대구 시민들은 또 이 무대를 어떻게 받아들이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괜시리 광주의 대표선수처럼 느껴져 책임감이 강하게 몰려왔다. 이 작품이 가진 정신을 올곧게 잘 표현하고 대구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이게 다른 지역에 나들이 공연을 가는 모든 공연팀들이 갖는 심리적 부담일 수 있다. 그런 부담감 속에서 무대를 꾸렸고 예술적 표현을 통해 어머니들의 삶을 ‘삼백날’에 투영했다.

소통은 꼭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 대화가 가장 직접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소통 역시 그 효과성이 크다. 그게 예술이 갖는 위대한 힘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었다. 예술은 타자를 빛나게 해주는 위대함이라고. 자신을 알고 타인을 알아가는 과정이 소통이다. 때론 타인을 인정하기 싫고 미워죽겠는데도 그 타인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은 물론 그것을 뛰어넘어 그 타인을 빛나게 해주는 정신이 예술정신이다. 그래서 교류에 문화예술이 선두로 나서는 것인지도 모른다. 달빛동맹에서 광주와 대구가 보여준 문화예술교류는 양 지역의 소통과 이해를 기초로 대한민국의 건강함을 지켜내는 작은 출발이다. 문화교류가 더 잦아져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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