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 시즌 12 ‘예술가와 도시 한 바퀴-지그재그’가 끝난 지도 벌써 두주일이 지났다. 광주문화재단이 지난 1월16일부터 21일까지 2박3일간 두 번에 걸쳐 나눠 진행한 우락부락캠프는 참가했던 어린이는 물론 예술가들에게도 재미뿐만 아니라 의미와 가치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다. 삶을 살아가면서 일직선이 아닌 여러 가지 일들에 부딪쳐 가면서 성장 하며 살아간다는 의미로 ‘지그재그’라는 타이틀이 붙여졌었다. 도심형 예술캠프로 ‘청소년 삶 디자인 센터’(구) 학생회관을 베이스 캠프로 7개의 부락을 형성해 7개의 워크숍이 진행됐었다.

노정숙선생이 기획자로 캠프를 이끌었고 김자이 , 김주연, 윤남웅, 노여운, 정인봉, 신희흥, 주홍 총 7명의 예술가들이 촌장이 되어 각 부락을 개성 있게 꾸려나갔다. 김자이 촌장은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반짝반작 빛날’, 김주연 촌장은 자연을 느끼고 관찰하여 표현하는 ‘비밀정원의 작은 나무들’, 윤남웅 촌장은 도심을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공간과 소통하는 ‘편안하게 도심공간 두리번거리기’, 정인봉 촌장은 몸과 소리, 빛, 음식, 자연의 조화를 생각하고 표현하는 ‘Green Green 프로젝트’, 신희흥 촌장은 투명부추를 신고 몸으로 소통하는 ‘워킹으로 도시를 점령하라’, 주홍 촌장은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다른 캐릭터가 되어보는 ‘신 신나라 까먹기’ 부락을 운영하였다.

필자가 맡은 ‘소곤소곤 기록상자’ 부락은 아이들과 2박3일간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적은 기록을 상자에 담는 일을 벌였다. 아이들은 글과 그림, 그리고 그 외의 여러 가지 수단으로 계속 기록을 해 나갔다. 기록은 대개 누군가에게 평가 받고 보여줄 수 밖에 없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나 이 캠프에서의 기록만큼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 아니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내용을 마음 가는대로 기록했고 내키지 않으면 보여주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 아닌 자신 스스로를 위한 기록이었다. 그 기록은 평가받지도 않았고 그 누구하고도 공유하지 않았다.

기록 상자는 첫날 아이들과 함께 만들었다. 미리 준비해간 나무상자 중 자신이 원하는 사이즈를 고르게 했다. 그리고 그 나무상자를 직접 꾸몄다. 그렇게 병아리, 곰, 토끼, 호랑이, 고양이, 사람이나 로봇 등 다양한 모양의 상자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신났다. 직접 경첩과 걸고리를 골라서 달았고, 끈도 색과 길이를 스스로 정해 크로스백이나 백팩을 만들기도 했다. 기록 상자를 만들고 꾸미는 동안 아이들은 팔이 아프다며 힘들어하면서도 재미있어했다. 자신만의 기록 상자를 자유롭게 만든다는 게 신나는 일이었나 보다. 그 기록 상자는 2박 3일 동안 항상 휴대되어졌다. 부락에서 워크숍들을 진행할 때나 갤러리나 산책을 갈 때, 혹은 식당에 갈 때, 그리고 숙소에 갈 때도 빠뜨리지 않고 메고 다녔다. 중간 중간 기록을 하는 시간이 따로 있었지만 기록하는 것을 강요하지는 않아다. 시시때때로 기록상자를 채웠고 때에 따라선 숙소에서 채우는 경우도 있었다.

자유롭게 낙서를 하거나 만화를 그려 넣거나 또는 일기 형식으로 글을 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상자가 채워졌지만 방법 그 자체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내면의 기록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기록하지는 쉽지 않았을 터이다. 그러나 평가받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자유로게 기록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을 안에서 끄집어 낼 수 있으리라 여겼다. 2박 3일간 짧은 캠프였지만 각자 자유롭게 기록을 쌓아갔다. 어떤 친구는 많은 기록을 하였고, 또 어떤 친구는 몇 장 안 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캠프는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지만 기록상자 속의 기록은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자물쇠로 잠긴 상자 속에 자신만의 기록을 각자의 속도로 쌓아갔으면 좋겠고, 그 기록이 살아가면서 두고 두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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