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광주지검은 “검찰 간부가 불구속 수사해주기로 돈을 받았는데도 구속했다”는 내용의 전화 한통을 받으면서 발칵 뒤집어졌다. 지난 해 광주지검은 의사 명의를 빌려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4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한 피의자의 가족이 법조브로커를 통해 불구속 기소 대가로 검찰에게 돈을 건넸는데도 검찰이 피의자를 구속기소했다며 항의 전화를 한 것.

화들짝 놀란 검찰은 내부 감찰과 함께 긴급수사에 들어갔다. 수사 결과 당시 수사 검사는 돈을 받은 적이 없는 대신 법조 브로커들이 피해자 가족에게 접근해 총 7억원을 받아낸 것으로 밝혀내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에 검찰은 해당 브로커들을 구속기소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만약 해당 행위가 사실로 판명됐다면 검찰이 큰 비난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며 해당 브로커들의 수법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무죄·유죄도 아닌 구속·불구속 여부가지고 억대 금액을 내놓은 피의자 가족의 통 큰 배포(?)에도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아마 피의자 가족들이 법조 브로커들을 통해 구속기소를 면하려 했던 것은 ‘돈이면 다 된다’는 잘못된 의식에 사로잡혀 선뜻 7억원의 거금을 내놓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법조브로커들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있는 피의자들의 가족에게 ‘내가 모 간부랑 좀 아는 사이인데’라는 한 마디의 말은 엄청난 구세주로 느꼈을 것으로 상상이 된다.

현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도 간단하게 보면 권력 그리고 돈이면 뭐든지 다 된다는 잘못된 생각아래 이뤄진 비극이다. 대통령과 친하니까 국가인사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막강한 권력을 앞세워 기업들을 압박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또 돈과 권력이 있으니 자식까지 일류대학에 입학에 각종 특혜를 받으며 국가대표 승마선수로 승승장구한 사실을 우리는 잘 아고 있다. 법조 브로커과 박근혜-최순실 사태를 지켜보면서 어느덧 우리사회가 돈과 권력의 만능주의로 점철되고 있는 사실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특히 한국사회에 쌓여버린 황금·권력 만능주의에 대한 폐단과 적폐를 왜 청산하지 않으면 안되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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