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범하겠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테베에서 태어난 한 아이에게 신탁이 내려졌다. 아이는 테베의 왕인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 왕비사이에 태어난 왕자였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아이가, 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범한단 말이지? 이 일을 어쩌나, 이 일을 어찌할꼬. 막아야 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해.’ 신이 사람을 통하여 신의 뜻을 나타낸다는 신탁이 내려진 만큼, 왕과 왕비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고민 끝에 그들은 아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아이의 발목을 가죽 끈으로 꽁꽁 묶은 뒤 부하를 시켜 인적이 없는 산 속에 버리게 하였다. 하지만, 아이는 이웃나라 목동에게 발견되고, 자식이 없어 안타까워하던 이웃나라 왕과 왕비에게 가게 된다. 이웃나라 왕과 왕비는 아이의 발이 심하게 부어 오른 것을 보고 아이의 이름을 ‘부어오른 발’ 이란 뜻으로 오이디푸스라 이름 지어 왕자로 삼게 된다.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된 오이디푸스는 어느 날 신탁소를 찾게 되고,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하게 되리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 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을 한단 말이지? 말도 안 돼. 그럴 수는 없어.” 자신을 길러주신 부모를 친 부모로 알고 있던 오이디푸스는 신탁의 예언이 실현되지 못하도록 집을 떠나 멀고 먼 방랑길에 오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오이디푸스는 테베로 가게 되고 골목길에서 만난 노인과 사소한 말다툼 끝에 노인을 죽이게 된다.

그 당시 테베에는 스핑크스가 나타났고, 스핑크스는 높은 바위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어 풀지 못하면 죽였다. 사람들은 모두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 스핑크스에게 죽임을 당했다. 궁리 끝에 테베 여왕은 스핑크스를 죽이는 자에게 왕위는 물론 자신과의 결혼까지를 공약하게 된다. 때 마침, 오이디푸스도 스핑크스 앞을 지나게 되고, 스핑크스는 오이디푸스에게 수수께끼를 내게 된다.

“한때는 두 발로 걷고, 한때는 세 발로 걷고, 한때는 네 발로 걷는데, 발이 많을수록 더 약한 것이 무엇인가? 또한, 두 자매가 있는데 하나는 다른 하나를 낳고, 다른 하나는 또 다시 다른 하나를 낳는 것이 무엇인가?”

“첫 번째 답은 인간이다. 인간은 아기일 때는 네 발로 기고, 젊어서는 두 발로 걷다가, 늙어서는 지팡이에 의지하여 세 발로 걷기 때문이다. 두 번째 수수께끼의 답은 낮과 밤이다. 매일같이 서로 교차하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가 수수께끼를 풀자 수치심을 이기지 못한 스핑크스는 앉아 있던 바위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고, 오이디푸스는 왕비의 공약대로 테베의 왕이 되고, 왕비와 결혼도 하게 된다.

겨울의 끝자락, 2월.

조금만 있으면 봄이 오는 만큼, 마음이 무겁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고, 원하는 곳에 취업이 된 사람과, 원하지 않았던 대학에 입학을 하고, 졸업한지 벌써 일 년이 지나고, 이 년이 지나고 삼년이 지나도록 이력서만 내다 지쳐버린 청년들. 화사하게 피워 오를 봄 햇살 만큼이나 그들의 절망이 두렵다.

하지만, 테베의 왕과 왕비가 오이디푸스를 깊은 산 속에 버리지 않았다면?

자신을 낳아 준 아버지의 얼굴이라도 알았다면, 골목길에서 만난 노인을 죽이지 않았을 거고,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의 얼굴만이라도 알았다면, 어머니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이 우리의 전부가 아님을. 하나는 다른 하나를 낳고, 다른 하나는 또 다시 다른 하나를 낳는 밤과 낮처럼, 최고도 최악도 영원하지 않음을. 지금의 두려움과 절망이 또 다른 최상으로 향하는 첫 걸음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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