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세 어린이가 8시간 넘게 유치원 통학버스에 갇혀 의식불명에 빠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어른들은 부랴부랴 안전 매뉴얼을 강화하는 등 재발을 막기로 다짐했지만, 1년도 채 안돼 ‘말짱 도루묵’이었다. 지난달 7일 오전 광양 한 유치원 통학버스에 A(6)양이 홀로 갇히는 사고는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냈다. 광주 광산구 유치원 통학버스 사고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유치원 교사와 운전기사는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은 채 아이를 방치했다.

통학버스가 유치원에 도착했으나 잠들었던 A양을 깨지 않았고 운전기사와 동승교사는 A양을 발견하지 못한 채 다른 아이들을 하차시켰다. 운전기사는 A양만 남은 통학버스를 인근으로 옮겨 정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가 발견되기까지 40여분 동안 유치원 교사는 해당 아이가 사라진지 조차 몰랐던 것으로 밝혀져 눈총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통학버스 사고를 기억하는 시민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학버스를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이 아이 역시도 장시간 동안 버스에 갇혀 갇혀있었을 것으로 짐작케 했다. 더욱이 이 유치원은 해당 사고를 쉬쉬하기에만 급급, A양에 대한 후속 조치는커녕 ‘기사가 집으로 가다 잠들었다 깬 아이를 발견해 곧바로 유치원에 돌아왔다’고 둘러대는 등 갖은 변명에 일관했다. 유치원 통학버스에 아이가 갇히는 사고는 어른이 어린이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전형적인 인재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없다는 뜻인데 유치원 통학버스 관련 어린이안전사고가 잇따르는 것을 보면 어른들은 소 잃고 고친 외양간조차 제대로 만들지 않는 것 같다. 안전불감증이 초래한 일련의 사고에 뉘우침조차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경제적 여건 등으로 저출산이 만연한 이때 유치원에 아이 맡기기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안전불감증 및 구조적 허점 등을 뿌리 뽑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부디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 안심하고 유치원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날이 도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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