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운동가 가문을 소개하겠습니다. 광주에서 독립운동을 한 김함라, 김마리아, 김필례 선생은 세명 모두 한 집안 사람이었으며 수피아여학교 선생이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가 설립한 서울 연동여학교(蓮洞女學校 : 지금의 정신여자중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광주에 처음으로 1908년 김함라 선생이 수피아 여학교에 오고 그 다음 동생 김마리아가 그리고 한참 뒤 1930년대초 김필례가 수피아여학교 선생으로 옵니다. 김필례는 유화례교장시절 교감을 하였으나 수피아여학교는 신사참배 거부를 했다는 이유로 폐교를 당하게 됩니다. 1945년 해방이 되고 수피아 여학교는 복교가 되고 김필례가 교장을 맡게 됩니다. 지난 시간에 김마리아와 형부 남궁혁은 간략하게 소개했습니다. 김필례 가문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가문입니다.

김필례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국비 유학생으로 1922년 한국 YWCA의 창립을 주도했으며 애국계몽 운동과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김필례 교장은 평생 민족교육과 여성 교육에 헌신하며 생을 보냈습니다. 김필례선생의 언니가 ‘대한애국부인회’를 조직한 김순애입니다. 김순애의 남편이 김규식인데요, 김규식은 미국 윌슨 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제창한 무렵 열린 1919년 1월 파리강화회의에 중국 상하이에서 활약하던 한인 청년 독립운동 단체 ‘신한청년당’의 당 대표이자 민족 대표로 파견되어 프랑스와 미국 및 유럽 각국에 ‘일제 식민 지배의 부당성’을 알린 사람입니다.

또 김필례의 시아주버니는 3·1운동으로 옥고를 치룬 바 있는, 그 유명한 최흥종목사입니다. 그리고 김필례의 조카 사위 즉 김함라의 남편 남궁혁목사는 광주3·1독립운동을 주도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또 김필례의 오빠인 김필순은 세브란스 의학교 1회 졸업생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 의학을 배운 의사 중 한 명인데요, 동생들과 조카들이 민족 의식과 독립 정신을 가지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분입니다. 김필순은 안창호와 의형제를 맺고 신민회 회원으로 활동하던 도중 일제의 감시가 심해지자 중국 망명을 선택했습니다. 중국 헤이룽장 성의 치치하얼에서 ‘북제 진료소’라는 병원을 열고 독립군의 군자금을 지원하고 헌신하던 김필순은 일본인 첩자에 의해 독살되었습니다. 김필례 가문은 국내외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많은 활약을 펼친 대지주 출신의 명문가였습니다. 3·1운동의 도화선이 된 파리강화회의에 민족 대표를 파견하고, 일본 도쿄에서 거행된 2·8 독립선언과 3·1운동의 전국적인 확산에 큰 역할을 한 게 바로 김필례 가문 사람들입니다.

대부분의 가족이 국내에서 만세 시위의 확산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김순애는 대구에서, 김마리아를 비롯해 김함라 부부와 김필례 부부는 광주에서, 또 최흥종목사는 서울에서 3·1운동을 도모하기 위해 가던 중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습니다. 이렇듯 민족의 독립과 관련해 힘겨운 여정을 택했던 이들이 바로 김필례가문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들이 가족이었기에 국내외에서 비밀리 결성하는 조직이 성공하여 조국의 독립을 도모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집안이 대부분 독립운동과 여성운동에 참여하여 우리나라 대한민국 역사의 한 획을 그었습니다.

한편, 김필순의 아들 김염은 중국에서 ‘영화 황제’로 불리는데요, 아버지 김필순의 뜻을 이어받아 상업 영화 출연을 거부하고 항일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그는 “예술이 사회에 이바지해야 하며,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에 힘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는게 바쁘더라도 간혹은 독립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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