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2일자 영남일보 정치면 기사중에 ‘문재인? 안철수? 호남·TK는 행복한 고민’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5·9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양강구도를 구축하면서 진보진영의 텃밭인 호남지역과 문재인·안철수 출신지역인 영남에서 누구를 지지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는 기사다.

최근 영남언론 기사를 보면,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며 많은 대통령을 배출했던 영남이 이번 대선에 보수후보가 맥을 못추자 멘붕상태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트를 호남이 쥐고 있지만 유력 후보 두 사람 문재인·안철수 고향이 영남사람이라는 사실을 부각하며 영남을 위한 지역발전 공약을 최대한 끌어내 실리를 취하자는 여론도 만만찮다.

실제로 문재인 후보는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부산에 있는 경남고를 나왔고, 안철수 후보는 경남 밀양 출생으로 어린시절 부산으로 이사를 가서 부산고를 졸업했다. 따라서 부산·경남에서는 2002년 노무현대통령 당선 이후 15년만에 PK출신 대통령 배출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를 방증하듯,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부산·경남을 찾아 대형프로젝트가 포함된 ‘공약 폭탄’을 터트리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부산지역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산 북항을 ‘신해양경제 클러스터’로 조성해 인천공항의 대체기능을 할 수 있는 동남권 관문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경남을 연구 중심지, 울산을 생산중심지로 설정해 부산을 4차산업혁명시대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두 후보의 호남공약이 광주시장·전남도지사가 요구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에 비해, 영남에 대한 관심과 약속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인 신해양경제와 4차산업 중심을 TK에서 실현하겠다는 약속이 현실화된다면 오랜 차별 속에 고착된 호남의 경제차별, 불균형은 무엇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굳이, 쩨쩨하게, 고향 따지며 지역감정 부추기고 싶지 않지만, 영남사람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 호남이고 호남의 민심을 얻지 않고선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믿고 있다면, 호남인이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을 전폭 밀어줬던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깊이 들여다보기 바란다. ‘호남의 미래 발전전략’을 명확하게 얘기하지 않고 호남의 마음을 얻을 생각은 말라.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이 되든 안철수가 되든, 정권교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마당에, 보수 정당들을 지지하던 상당수 보수층까지도 정권교체를 받아들이며 굳이 보수정당 후보를 고집하지는 않는 분위기라면, 그 키를 쥔 호남의 대선 화두는, 누가 호남을 더 발전시켜줄 것인지 따져보는 것이다. 행복한 고민이다. 동시에 염려도 많다. 지금 호남에서 막판까지 두 후보에 대한 선택지를 미뤄놓겠다는 시민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 과거 대선처럼 한 후보에 대한 ‘전폭적 지지’가 없는 것은 26일 남은 선거운동기간동안 두 사람이 호남에 보여주는 진정성을 가려보겠다는 것이다. 호남에 대한 차별·소외에 대한 진정한 해소책, 인사차별·경제차별·정책차별의 적폐 극복책을 어떤 방식으로 공약하는지, 가늠자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호남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양쪽이 네거티브 난타전을 펴서는 승산이 없다. 호남인은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강점과 약점을 다 알고 있다. 네거티브가 안통한다는 얘기다. 되려 후보가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호남은 그것을 보고 있다. 어떤이는 약점의 노예가 되고 어떤이는 극복해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다. 지금은 네거티브 할 것이 아니라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보여줄 때다.

생사존망, 다음 대통령의 승부처 호남! 지금 호남인은 ‘이 사람이다. 저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지켜보고 있다. 최근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어떤곳은 문재인 어떤 곳은 안철수가 앞선다. 그러나 그 결과가 호남인의 마음을 전부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 여론조사 기관들에 따르면, 호남이나 영남지역 여론조사 응답률은 20% 정도다. 다른지역 15% 정도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러나 무응답이 80% 정도라면 호남의 마음은 아직 감춰져 있다고 봐야 한다. 4월15일 후보등록 전후해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안철수 중 40%대로 먼저 진입하는 이가 새 지평을 열 것이다.

앞서 영남지역 언론 분위기를 전했지만, 현재 영남은 호남이 마음을 정하면 그것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5일이 분수령이다. 이 기간동안 문재인·안철수가 어떤 전략으로 어떤 공략을 펴느냐가 관건이다. 어느 한쪽이 쫓기는 시간이면 어떤 한쪽은 쫓는 시간이 될 것이다. 어느 한쪽이 현재진행형이면 어떤 한쪽은 미래진행형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중요한 시점에서 역사의 시간을 움켜쥔 호남의 선택은 점점 명료해지고 있다. 호남의 기나긴 질곡, 차별과 소외를 균형과 화합으로 바꿔줄 사람! 어둠속에 있던 역사를 빛으로 끌어내 희망을 연주할 사람! 민족의 비극 분단을 통일로 승화시킬 사람!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 호남의 가난을 끝내고 호남에 이익을 가져다줄 사람! 그런 사람이 누군지 가려보고 있다.

호남이 달라졌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은 호남이 저번처럼, 전략적으로, 누군가에게 몰표 줄 생각 없다는 것, 철저히 계산하고 있다는 것,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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