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5(화)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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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올해는 5·18국립묘역에서 열리는 5·18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에 참석하려 한다. 국가기념일인데도 그동안 대통령들이 참석하지 않아 반쪽 기념식이 열리는 것이 속상해 5월18일이 아닌 전날 미리 다녀오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무엇이, 어떻게, 어떤 내용이 달라졌는가 보기 위해서 그 현장에 가보려 한다.
특히 문재인대통령과 함께 9년만에 제창이 허용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불러보려 한다. 그간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정권이 바뀔때마다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7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2008년까지 제창해왔지만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합창으로 변경됐다. 5월10일 취임한 문재인대통령이 즉각 공약대로 제창을 지시했고, 오늘, 1만여명이 역대 최대 규모의 제창을 하게 된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2009년 이명박전대통령은 왜 이 노래를 기념식 식순에서 빼라 지시했을까. 일부단체가 ‘종북노래’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북한이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했으며, 가사 중 ‘임’이 북한의 최고 지존을 지칭한다는 일부단체 주장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을 위한 행진곡은 김일성과 전혀 무관한 노래다. 이 사실을 보훈처장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주면 된다’고 입을 연 바 있다. 이 노래가 북한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도 사후에 북한 공식 미디어에서 틀었다는 이유만으로 종북딱지를 붙이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동안 가장 상처를 받은 것은 광주사람들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18일 민주화 운동중 광주에서 계엄군에게 사살된 윤상원씨와 1979년 노동 현장서 야학을 운영하다가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씨 영혼 결혼식(1982년)에 헌정된 노래 곡으로 당시 전남대 학생 음악인 김종률씨가 곡을 붙이고 가사는 백기완씨가 옥중에서 지은 장편시 ‘묏비나리-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의 일부를 인용해 황석영씨가 붙였다. 탄생하게 된 배경 자체가 현대사의 슬픔이요 질곡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낸 세금으로 꾸려진 군대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던 군대가, 광주에 내려와 쏜 총에 사망한 두 청춘의 영혼결혼식, 하늘에 가서나마 부부의 연을 맺으라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노래, 그 노래는 당시 카세트테이프 복사본 및 악보 필사본, 구전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민주화 및 노동운동 권에서 불렸으며 5·18민주화운동의 상징곡이 됐다.
그간 이 곡이 논란 중 하나는 제창(齊唱)과 합창(合唱)이었다. 보훈처 관계자는 제창 아닌 합창을 고집하는 이유로 “제창은 (기념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불러야 하는 방식”이라며 “행사에는 보수 단체도 참석을 하는데 제창에 일부 반발이 있어 정부통합행사 진행을 위해 선택적으로 부를 수 있도록 ‘합창’으로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2013년 6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여야 국회의원 158명의 찬성으로 국회에 통과됐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끝까지 수용되지 않았다.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정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처럼 호남에 대한 폄훼나 억울한 차별의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호남공약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지역 격차 해소와 균형 성장은 한국사회의 시대적 과제이자 차기 정부 국정 과제다. 호남의 격차 해소와 호남 출신 인사들의 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통합 차원의 정책이 절실하다.
지금, 5·18국립묘지에 묻혀 있는 5·18열사들이 가장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 정확한 진상규명과 살아남은 광주 사람들이 잘사는 것 아닐까? 균형발전에서 의도적으로 소외돼온 호남에 대한 차별을 풀고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 아닐까?
보라, 지금, 호남 현실은 참담하다. 취약한 산업기반, 호남소외를 상징하는 보수 정부 10년이 겹치면서 경제 생태계가 붕괴 상태다. 광주의 기대였던 문화수도 조성 사업은 문화산업으로 못했다. 전남 제조업 생산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조선·철강·석유화학 산업은 심각한 위기 국면에 빠져 있다. 고질적인 호남인사차별도 해소되었다고 볼 수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차관급 이상 공직자 출신지를 분석한 결과, 영남 출신은 각기 36.6% 34.9%로 집계된 반면 호남 출신은 15.5%, 10.9%에 불과했다. 호남 소외가 고착화된 것이다.
대통령 취임후 처음 광주에 오는 문재인대통령, 후보시절 광주와 한 약속들 5·18영령 앞에 머리 숙이면서, 다시 한번 복기해보시길 바란다. 광주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주시기 바란다.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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