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3대 의성(醫聖)이 있다. 허준, 이제마, 사암도인이다. 허준은 동의보감을 편찬했고 이제마는 사상의학을 창시했으며, 사암도인은 사암침법으로 알려진 오행침법을 창안했다. 허준과 이제마는 일반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암도인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조선시대의 선승으로 알려진 사암은 구체적인 행적은 없고 치료경험의 예만 손으로 손으로 전해 내려왔는데 그의 침구요결 서문에 이런 글이 있다. ‘심칠정부침(審七情浮沈) 의자(醫者) 의야(意也).’ 이 말은 칠정(七情), 즉 희(喜)·노(怒)·애(哀)·락(樂)·애(愛)·오(惡)·욕(慾)의 뜨고 가라앉음을 살핀 연후에야 의사로서 뜻을 얻었다 할 수 있다.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의사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뜻일진대 심리적 관찰을 선행하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심치심(以心治心) 즉, 마음으로 마음을 치료하는 심의(心醫)를 옛사람들은 최고의 의사로 인정해줬다.

관상학에서도 최고의 고수는 심상(心相)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다. 형상(形相)으로 나타난 골격(骨格)의 격(格)을 결정하는 것은 얼굴에 나타나는 기색(氣色)인데 그 기색을 좌우하는 것이 마음(心)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내려오는 최고의 관상서는 마의선사가 지은 마의상법(麻衣相法)이다. 그 마의선사의 제자인 희이(希夷), 진박(陣搏)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관상은 마음의 상을 보는 것이다. 심자(心者)는 모지근(貌之根)이니 말하자면 마음은 사람 모양의 뿌리가 되는 것이다. 마음을 살펴보건 데 착한 것과 악한 것이 나타나는 것이며 행동에 나타날 것이니 관찰해 보면 재화(災禍)와 복(福)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마음의 크기를 말하자면 하늘과 땅도 포용해 감싸는 것이며, 작기로 말하자면 먼지에까지 들어가는 것이다. 주역(周易)의 중심은 태극(太極)에 있는데 이는 음양의 조정능력이다. 어두운 음적인 마음과 밝은 양적 마음의 조화를 비롯해 욕심과 분노, 쾌락과 고통, 질투와 선망, 공포와 즐거움 등으로 점철된 감정의 세계를 조절하는 능력이 곧 태극의 마음이다.

무릇, 이런 이치를 알고 먼저 깨달은 사람들은 마음의 근원을 통찰해 성품을 맑고 청정하게 한 것이며, 그 결과 능히 무엇을 지을 수도, 저술할 수도 있고, 세상의 가르침을 잘 지탱하고 유지시킴으로써 천지만물을 도울 수가 있었던 것이다.

마음은 정기신(精氣神)의 기운(氣運)이 응집된 것이다. 태극(太極)의 마음으로 정기신(精氣神)을 다스려 운명을 창조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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