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배구단이 수원시와 연고지 재계약을 기습적으로 체결한 데 대해 광주시와 지역 체육계가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한전측이 유치의향서를 제출하고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벌여온 광주시에 단 한마디 사전 언급 없이 일방적으로 재계약 사실을 통보한 것을 두고 ‘지역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7일 광주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5일 수원시와 남자프로배구 한전 빅스톰배구단의 연고지를 유지하고 기간은 3년으로 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한전측은 협약체결 이후 이같은 사실을 광주시 간부 공무원에게 전화를 통해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그동안 구단측에 유치의향서를 내고, 지역민 서명운동 등 유치활동을 벌여온 광주시와 시체육회, 광주시배구협회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광주시가 제출한 유치의향서에 대한 질문 등에 대한 설명이나 이해를 구하는 등의 협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수원시와 재계약 절차를 진행한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이날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한전의 지역상생발전 외면과 지역민에 대한 무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시는 “그동안 광주시, 시의회, 언론, 체육계, 시민 등 지역사회는 한마음 한뜻으로 한전배구단 연고지 이전을 한전측에 간절히 요청하고, 유치의향서 제출과 시민서명운동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그러나 한전은 수원과의 연고지 협약이 4월말에 끝남에도 불구하고 광주시와 정상적인 협의절차를 무시한 채 짜여진 각본처럼 기습적으로 수원시와 재협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시는 이어 “그것도 이용섭 시장이 경기도 의왕까지 가서 선수들에게 연고지 이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설명하고 돌아온 지 이틀 만에 철저한 보안 속에 전격적으로 단행했다”면서 “이는 150만 광주시민의 간절한 열망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정신과도 배치되며, 본사와 프로팀 동일지역 존치라는 순리에도 어긋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체육계도 즉각 반발했다.

광주시체육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상적인 협의 절차 없이 한전과 수원시가 일방적으로 재계약을 체결한데 대해 강한 분노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배구협회도 성명을 통해 “한전 배구단은 3년 전 자신들이 밝혔던 ‘다시 논의하자’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광주시와 제대로 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수원시와의 계약이 졸속으로, 밀실에서 이뤄졌다는 걸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프로배구 연고지가 수도권에 밀집된 상황에서 지역균형발전에 앞장서야 할 공기업 구단이 본사가 있는 광주·전남을 외면하고 또다시 수원시와 재계약을 체결한 것은 한전 스스로 수도권 공화국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수원시와 체결한 연고지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한편, 광주시배구협회와 시체육회, 광주시장애인체육회 등 체육인, 동호인, 시민 대표단(가칭)은 8일 한전 본사를 항의 방문해 한전 배구단이 어떤 이유로 수원으로 잔류했는지, 그 과정과 절차, 명분 등을 들어보고 배구단 수원잔류 철회를 요청할 계획이다. /박희중 기자

/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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