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공군 수송기로 ‘시체’를 광주에서 김해로 옮겼다는 군 비밀문건이 발견됐다.

육군본부가 지난 1981년 6월에 작성한 ‘소요진압과 그 교훈’이라는 제목의 군 3급 비밀문건에는 5·18당시 공군 수송기 지원 현황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문건 110쪽에는 5·18 당시 군의 수송기 지원 현황이 ‘공수지원(수송기)’이라는 제목의 표로 작성돼 있다. 일자와 내용(수송품목), 수량, (운항)구간, 비고란으로 나눠 수송한 물품 등이 적혀있다.

이 가운데 5월25일 광주-김해 구간을 기록한 부분에는 의약품과 수리부속품을 운송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비고란에 ‘시체(屍體)’라고 적힌 한자가 적혀있다.

당시 군 수송기가 김해에서 의약품과 수리부속품을 싣고 광주로 왔다가 돌아가면서 시체를 운송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5·18 광주소요사태 상황전파(이하 5·18 상황전파) 자료’를 살펴보면 C-123수송기는 당일 김해를 출발해 광주비행장에 도착했다가 다시 김해로 돌아간 것을 알 수 있다.

김해로 옮겨진 ‘시체’는 군 사망자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은 3·7·11공수, 20사단으로 영남에 주둔하고 있던 부대는 없었다.

5·18 당시 계엄군 간 오인 사격 등으로 사망한 군인 23명은 모두 공군 수송기를 이용해 성남비행장으로 옮겨졌다. 군은 또 임무 수행 중 사망한 군인을 ‘시체’라고 표현하지 않고 ‘영현(英顯)’으로 표기한다. 계엄사령부가 작성한 ‘상황일지’를 보면 ‘영현 11구’ 등으로 군 사망자를 기록했다.

5·18 관련 기록을 의도적으로 삭제·누락한 정황도 발견됐다. 공군이 5월21일부터 29일까지 작성한 ‘5·18 상황전파’ 자료에는 25일만 수송기 운항구간만 있고 운송한 화물에 대한 기록이 없다.

1982년 2월 육군본부가 작성한 ‘계엄사’ 기록에도 유독 25일자 광주-김해 운항 기록만 누락돼 있다. 8개월 전 ‘소요진압과 그 교훈’에 ‘시체’라는 기록을 남겨놓고 계엄사 문건엔 이를 삭제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5·18 당시 계엄군에 희생된 시신을 군 수송기로 빼돌리고 기록을 지우려 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선대 노영기 교수는 “소요진압과 그 교훈 문건은 군이 소요진압을 한 다음에 재편집한 것이기 때문에 시체를 옮겼다는 자료의 신뢰성이 매우 높다”며 “여러 정황상 운송한 시체는 행방불명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반드시 규명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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