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5월. 1980년 광주의 진실은 아직도 짙은 안개 속에 가려있다. 가끔 그 파편이 조금씩 드러날 뿐이다. 실체적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은 39년이 흐르도록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또 극우세력을 위시해 지속되는 망언은 날카로운 비수와도 같다. 더는 인내할 수 없다. 이제는 인간의 탈을 쓴 괴물들의 난동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동안 살아서 부끄러워서가 아니다. 살아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제가 눈앞에 있다. ‘오늘을 밝히는 오월, 진실로! 평화로!’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선정한 올해 5·18 기념행사 슬로건이다. 여기에는 숭고한 오월 정신을 이어받아 역사 왜곡의 뿌리를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5·18민주화운동 39년이다. 그 날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서야만 한다. 잊을 만 하면 나오는 후안무치적 망언, 자유한국당의 진상조사위 방해 공작, 최근 도를 넘어서고 있는 가짜 뉴스 등은 연장선에 있다.

김후식 상임위원장은 “올해에는 왜곡 세력을 뿌리 뽑아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빠른 시일 내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진실을 확인하고, 국민이 기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5·18 관련 증언과 군 비밀 문건들 또한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5·18 핵심 과제’로 꼽히는 발포명령자, 헬기사격, 행방불명자 등이다. 하지만, 책임자 처벌은 ‘산 넘어 산’의 형국이다. 앞으로도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지난해 만천하에 드러난 여성 성폭력만 해도 5·18 당시 계엄군이 집단으로 또는 수시로 저질렀다는 증언이 있지만, 극히 일부만 확인됐을 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출범도 못한 채 법 시행 7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진상조사위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자행된, 국가공권력을 빌어 자행된 집단학살·암매장·인권유린 등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기구다.

이를 위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이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했으며, 9월에는 시행령도 발효됐다.

애초에 지난해 9월14일부터 활동을 시작했어야 마땅했지만, 한국당이 조사위원 추천을 미루고 있어 진상조사위는 구성조차 하지 못했다. 또 5·18을 왜곡·폄훼한 의원 3명에 대한 징계도 ‘제식구 감싸기’ 행태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5·18 진상조사위 구성 요건을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발목을 잡고 있는 한국당의 ‘편법’에 휘둘리지 말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11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돼 눈길을 끌고 있다. 개정안은 법 시행 6개월이 지난 후에도 5·18 진상조사위가 구성되지 못할 경우 위원회 정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위원만 선임되면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부칙을 신설했다. 현행법에는 위원회 구성과 관련, 총원 9명으로 구성한다는 조항만 있어 일부 위원이 선임되지 않을 경우 위원회를 만들 수 없는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은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중요한 지렛대이기 때문이다. 한 점의 의혹도 없도록 분명하게 실상을 밝혀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다해야 하는 지금이다. /최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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