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광주에 온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39주기’인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를 찾아 특별법에 의한 진상조사 규명 위원회가 출범하면 정부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때 문 대통령은 이날 광주를 찾은 이유에 대해 “광주 시민들께 너무나 미안하고 너무나 부끄러웠고,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라며 “지난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됐다. 핵심은 진상조사규명위원회를 설치하여 남겨진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광주 시민들에게 미안함을 전할 때 울컥했던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위원회가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국회와 정치권이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특별법에 의한 진상조사규명위원회가 출범하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자료를 제공하고 지원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지금, 진상조사규명위원회가 출범하지 못한 가운데 광주에서는 역사왜곡처벌광주운동본부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내겠습니다. 지켜보겠습니다. 지켜 5·18캠페인’을 전국민을 대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하는 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까지 망언을 일삼고 있으나 국회는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수수방관하고 있고, 왜곡처벌법은 국회에서 본회의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38년 만에 그 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5·18 진상규명특별법이 제정(2018년 3월)되었음에도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여전히 구성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은 정치인들의 무관심과 무책임을 두고 볼 수만은 없어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국방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5·18 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자격에 ‘군인으로 20년 이상 복무한 사람’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5·18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 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5·18 진상규명 특별법 시행 1년이 넘도록 구성조차 안 된 ‘5·18 진상조사위’가 20대 국회 안에 출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는 수개월 전부터 조사위원 구성을 놓고 대립했다. 국회는 지난 1월 9명의 진상조사위원 후보자를 추천했는데(국회의장 1명, 더불어민주당 4명, 자유한국당 3명, 바른미래당 1명), 문재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 몫 추천위원인 권태오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부 특수작전 처장과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에 대한 재추천을 자유한국당에 요청한 바 있다. 이들 2명은 진상조사위원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특히 이동욱 전 기자의 경우 5·18을 왜곡하는 행보와 편향된 발언을 해온 인물로서 자격 논란이 거센 상황이었다. 국회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자유한국당이 국회를 보이콧 하고, 여야 간 대치 상황이 이어진 탓에 그동안 관련 법안 논의는 진척되지 못했다. 결국 국방위는 지난 17일에서야 소위 의결 절차를 마무리했다.

5·18 진상규명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게 지난해 2월이다. 여야는 당시 1980년 5월 광주에서 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암매장, 시민에 대한 최초 발포와 집단발포 책임자 및 경위 등을 밝힐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해 특별법 제정에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14일 법이 시행된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을 책임질 조사위는 출범조차 못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직무유기다.

이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제발 올해가 가기 전에 자유한국당은 조사위 출범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내년 40주년 전에 출범을 못하면 역사에 큰 죄를 짓게 된다.

1980년 신군부의 내란 및 군사반란에 맞섰던 광주 시민의 용기와 희생을 생각해보라. 광주는 6월항쟁과 평화적 정권교체의 동력이었고,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피운 자양분 아닌가. 그동안 전두환은 발포 명령을 부인하지만, 그가 헬기를 타고 광주에 온 뒤 학살이 시작됐다는 증언, 유혈진압 작전 계획 문건, 암매장 의혹이 여전한 가운데 계엄군이 공군 헬기로 주검을 운반했다는 기록 등 수많은 의혹이 나왔지만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살아남아서 미안한 광주시민은 이대로 눈을 감을 수 없다. 하루빨리 진상규명위가 꾸려져 진상규명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진상규명이 명쾌하게 이뤄지고 진정한 민주주의와 화합이 이루어진다면 오월 광주정신이 우리민족의 평화와 화해, 통일의 가교 역할을 더 의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에 촉구한다. 5·18진상규명위에 빨리 합류하라. 협조하라. 광주를 더 이상 울리면 안된다. 가족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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