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고 있는 걸까….”

온 산에 단풍이 물들고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이 되면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늘 해왔던 일상에 의문이 생기며 자꾸만 되돌아보게 된다. 한 해를 시작하며 꿈꾸며 계획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가슴이 뜨겁거나 허무하다. 참을 수 없는 만족감에 입 꼬리가 슬슬 올라가거나 끝없는 어둠 속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룬 것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온몸이 흐물흐물, 밀려오는 무력감에 의문 많은 철학자가 된다.

“내가 왜 이러지?”

그 무엇, 그 어떤 것도 생각되지 않을 때가 있다.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도 없고 까닥할 마음도 하나 없다. 날마다 열심히 해 왔던 작은 일들도 회의를 느끼며 의기소침, 모든 것들에 대한 의미가 흐릿흐릿, 사라져간다. 괜한 일에 짜증이 나고 목안이 울컥 설움이 솟는다. 몸에 있던 세포들이 갈 길을 잃은 듯, 머리가 아팠다가 몸살기가 났다가, 마음이 우울하기를 반복하니 만사가 귀찮을 뿐. 가을의 아름다운 풍광만큼이나 별의별 생각을 다하며 고개 숙인 철학자가 된다.

“번 아웃 증후군이라고요?”

‘문명병’ 또는 ‘현대병’이라고도 불리며 대두 되고 있는 ‘번 아웃 증후군’은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끝없이 반복되는 과중한 업무와 일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현대인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번 아웃 증후군을 호소하고 있다. 모든 일에 의욕적이며, 책임감이 강하며, 전략을 다하는 성격의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급작스럽게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뜻한다.

번 아웃(burnout)은 ‘모두 타버리다, 에너지를 모두 써버리다, 가열되어 고장이 나다’라는 뜻으로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되고 탈진된 상태를 의미한다. ‘그냥 좀 피곤해서 그러겠지’ 쉽게 생각하며 무심코 지나칠 수 있지만 놓쳐서는 안 되는 증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니까 마음을 좀 편하게 가지세요. 직장 일도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요. 아는 것도 일부러 모르는 척 떠넘기기도 하면서 말이에요.’ 쉽게들 말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은 게 사람 마음이다. 네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가슴이 답답하고, 하루 종일 동동 거리며 다녀도 누구하나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 때 마음이 아프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뭐, 애써 다독여 보지만 마음이 쓸쓸하다. 따라서 ‘번 아웃 증후군’은 개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정이나 학교, 사회,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서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니 만큼, 서로 함께 보듬으며 풀어야 할 숙제다.

11월 중순, 올해의 끝이 시작되고 있다.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행복한 나’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것 잠시 멈추고, 나 자신의 상태를 살피며, 안부를 묻고, 힘든 것은 없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마음은 어떤지,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영양도 풍부한 맛있는 음식을 예쁜 접시에 담아 먹어보는 것도 ‘행복한 나’를 위한 실천이다. 이따금 고개 들어 하늘도 보고 바삭거리는 낙엽소리를 듣는 것도 ‘행복한 나’를 위한 방법이다. 마음에 맞는 사람과 따뜻한 차 한 잔 나누는 것도 나를 위한 행복이다. 내가 존재함으로 네가 있고 가정이 있고 직장이 있고 세상이 존재함으로….

오늘, 차 한 잔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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