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경 前 함평손불중 교장

한달여 전, 내 첫 손주 선우(仙寓)가 태어났다. 딸이 자연분만하기를 원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선우는 제왕절개로 보름이나 빨리 세상에 나왔지만 3.4kg의 건강한 몸으로 태어났다. 엄마, 아빠가 빨리 보고 싶었나 보다. 태어난 날은 손주를 볼 수 없었다. 다음 날, 신생아 면회실로 향했다. 사위가 보내준 영상으로 선우를 보긴 했었다. 그땐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실제로 대면해서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리고 내가 할머니가 됐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손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이뻤다. 눈은 우리를 향해 있고, 입은 오물거리며, 다리 하나를 탁 밖으로 내놓고 도도한 표정으로 누워 있었다. 한눈에 봐도 이목구비가 수려하다. 너무 잘 생겼다.

“얼마나 많은 여자 아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려고....후후~”

내 조카 민찬이는 “고모! 남자친구가 생겼네요, 축하드립니다”라는 문자로 자신의 조카 탄생을 기뻐해 주었다. 딸만 둘 키운 나에게 남자 손주는 참 특별하게 느껴진다. 딸 아이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나는 손자의 성장 과정을 모두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다. 요즘 주변을 보면 지인들의 자녀들이 결혼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결혼을 했더라도 일부러 아이를 갖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손주 이야기 하는 것’을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농후하다. 손주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자랑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자랑을 그만두기로 했다.

내 손주 선우는 아직은 어리고 여리다. 그러나 무럭무럭 성장해 언젠가는 사춘기에 접어들 것이다. 중학교 교사 시절이 생각난다. 모든 교사가 꺼리는 학생부장과 기숙사 사감을 맡았었다. 늘 ‘문제아’로 불리는 아이들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학생들은 주로 ‘SNS와 뒷담화’로 갈등이 생겼다. 남학생들은 뻑하면 주먹이 오고 가 대형 사고를 냈다. 그 때마다 학교를 와야 하는 학부모들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사춘기 시절은 누구나 크고 작은 문제들로 고민거리를 안고 살곤 한다. 분노 조절이 되지 않는 아이들은 대체로 부모와의 ‘소통 부재’이거나 부모와 떨어져 살면서 ‘조부모의 손’에서 자란 아이들이 많았다. 너무 오랫동안 굳은 살처럼 박혀있는 마음의 응어리 때문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늘 안타까웠다.

내 손주 선우가 어떻게 성장하면 좋을지에 대한 그림이 그려진다. 되도록이면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일만 겪기를 바래본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때로는 소극적으로, 때로는 적극적으로, 선우가 버거워하지 않는 적정 선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싶다. 또한 딸의 육아도 부담스럽지 않게 도와주고 싶다. 유영숙 작가는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란 책에서 말한다.

“조부모 육아는 손주를 안전하게 돌본다는 장점도 있지만, 엄마 아빠의 육아 방법과 세대 차에서 오는 갈등도 있을 수 있다. 내 방법이 맞다고 어느 한쪽이 고집부리지 말고 늘 대화로 최적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명심해야겠다. 대구에 살고 있는 선우 친할아버지가 멋진 글을 보내오셨다. “하늘의 선(仙)한 기운을 품고, 넉넉히 머무는 집(寓) 같은 아이. 세상 어디에 있어도 맑고 고운 기운을 전하며, 머무는 곳마다 따뜻한 쉼터가 되리라.”

이제 막 태어난 선우에게 이 세상 가득한 축복을 주는 글귀였다. 너무 고마웠다.

“온 가족의 축복 속에서 태어난 나의 손주 선우야! 너로 인해 내가 할머니라는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가 있게 되었구나.”

선우의 태어남에 감사드리며 그 세상에서 나는 선우의 성장을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슬픔과 기쁨을 쭈욱 함께 하고 싶다. “나의 멋진 손자, 선우야! 잘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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