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택손(山澤損)괘 초구의 효사는 ‘이사천왕 무구 작손지’(已事遄往 无咎 酌損之)다. 즉 ‘일을 그만두고 빨리 가면 허물이 없다 손해를 봐라’는 뜻이다. ‘가을 농사가 끝났으므로 빨리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 초구는 양의 자리에 양이 있고 손의 처음이니 손의 의미가 가장 강한 때다. 위로 갈수록 손의 의미는 약해진다. 육사는 음으로 힘이 없고 가난하다. 따라서 아래에 있는 풍요로운 것을 나눠서 위의 남에게 더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익(益)을 받는 쪽은 빠르면 빠를수록 효과적이고 익을 받은 만큼 채워진다. 예컨대 국가에 전쟁이 일어났는데 처음에 기존의 병력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군대를 모병할 때 처음에 충분히 모아 적군에 대항하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데 좀 늦거나 국민들이 충분히 돕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운 것처럼 빠르면 빠를수록 해결이 쉬우니 하는 일을 그만두고 빨리 도우러 가야한다는 의미에서 ‘이사천왕’(已事遄往)해 초구가 응(應)하는 육사의 음을 도움으로써 자신은 손해를 봐야 한다는 것이 ‘작손지’(酌損之)’다. 이를 상전에서는 ‘일을 마치고 빨리 가야 하는 것은 윗사람과 뜻이 맞기 때문’이라고 해 ‘이사천왕 상합지야’(已事遄往 上合志也)라 했다.

득괘해 초구를 만나면 공익을 위해 손해를 볼 때고 내야 할 세금이 있으면 빨리 내는 것이 이로우며 전체가 잘 될 수 있도록 자기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초구를 덜어서 육사를 도우며 괘는 화수미제(火水未濟)가 되니 그러한 도움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상의(象意)가 있지만 기꺼이 손해를 보아 도울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 운기점에서도 친척 등의 다른 사람들이나 손위의 사람을 위해 실비(失費)하거나 힘을 빌려주는 일이 있다. 원하는 일 등은 스스로 나가서 성사시키기는 어려우니 자신의 본분을 돌봐야 하고 신규의 일은 먼저 하지 말아야 한다. 사업, 경영에 있어서는 더 많은 노력이나 자금을 더 투자할 일이 있지만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거래, 교섭, 담판 등에서는 어차피 손해 볼 것이니 가능한 한 빨리 성사시켜 버리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방책이다. 물가는 저가지만 한 단계 더 하락한다. 혼담은 포기하고 보류하는 것이 무난하고 잉태는 건포괘(乾包卦)로 임신한 상이지만 출산은 손괘로 어려움이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기다리는 것은 기대한 것처럼 진행되지 않고 가출인은 밖에서 유혹하는 자가 있어 가출해 돌아오지 않으며 분실물은 찾기 어렵다. 병은 덜어가니 빨리 의사에게 가면 쾌유에 이른다. [실점예]에서 ‘친구가 돈을 빌려 달라고 해 그 길흉여하’을 문점 받고 손괘 초구를 얻었다. 손괘는 내괘 태(兌)는 입을 열어 부탁하는 상이고 외괘 간(艮)은 꼼짝하지 않고 허락하지 않은 상이어서 손(損)이 발생한다고 해서 손괘(損卦)라 했다. 초구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빨리 가서 손해를 바라(已事遄往 酌損之)’고 했으니 득실여하를 따지지 말고 조금도 머뭇거림이 없이 친구를 도와야 하는 것이 천명인 때다.

손괘 구이의 효사는 ‘이정 정흉 불손익지’(利貞 征凶 弗損益之)다. 즉 ‘바르게 정도를 지키면 이롭다. 나아가면 흉하다. 자신의 지조를 덜지 않고 지킴이 이익이 된다’는 뜻이다. 정(貞)이란 올바른 일이니 올바른 것을 지켜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으니 자신의 위치를 굳게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구이는 중(中)이나 양효로 과중(過中)해 나아가고자 하나 나가면 흉하다 했으니 스스로 나아가면 손해를 보므로 그 마음을 잘 누르고 나아가지 말고 지켜야 한다. 그러니까 손괘는 손해를 보는 시기로 손해를 보고자 하는 마음과 지조를 덜어 내지 말고 지키면 이익이 있다는 것이 ‘불손익지’(弗損益之)’라는 것이다.

서죽을 들어 구이를 얻으면 먼저 ‘불손익자’라는 문자의 표현에 현혹돼 호조발전(好調發展)의 때라고 판단하면 큰 잘못을 범한다. 오히려 반대로 내외의 환경이 곤란함의 극에 도달해 있으나 이를 자기 스스로 책임을 지고 희생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다. 운기 운세점에서 움직여서 다른 데로 진출하고 싶으나 옛 것을 지켜야 한다. 밖에서 유혹이 있고 윗사람의 부탁이 있어도 거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아가도 효과가 없고 자기 자신까지도 곤란함에 봉착한다. 사업, 거래, 교섭, 원하는 것 등도 현상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나아가면 안 된다. 신규 일은 진출하면 필패(必敗)한다. 물가는 저가에서 뜨기 시작하는 움직인다. 혼담은 서로 좋아하고 있지만 성사되기 어려우니 보류하라. 잉태는 했다고 보지만 괘 전체의 상에서 유산, 조산의 우려가 있고 산기에 있어서는 다소의 어려움이 있으나 늦을 일이 있어도 평산(平産)으로 판단한다. 주소, 거소에 이동이 임박해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기다리는 것은 본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으니 상대가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가출인은 가출해 보았자 이익 될 일이 없어 돌아온다. 분실물은 집안에서 잃었으나 나타난다. 병증은 변괘가 치아 턱의 상이니 치간의 화농(化膿)으로 치아의 아픔이나 입안에 여러 가지 병이 있거나 두통이 있고 토하려고 하는데 나오지 않아 고통이 많다. 그러나 식욕이 살아나면 무난하다. 날씨는 흐리고 비가 오려고 하는데 비는 오지 않는다. [실점예]로 모인이 ‘사업하는 친구로부터 금융지원을 요청을 받고 이에 대한 길흉’을 문점해 손괘 구이를 얻고 다음과 같이 점고 했다. ‘손의 하괘는 택(澤)으로 낮고 상괘는 산으로 높으니 물가 변동이 심할 때이니 친구는 이로 인하여 많은 손해를 봤다. 효사에 바르게 굳게 지키는 것이 이롭다(利貞) 했으니 지원하지 않는 것이 맞고 나아가면 정흉(征凶)이라 했으니 지원하면 같이 망한다’고 말했다.
손괘 육삼의 효사는 ‘삼인행즉손일인 일인행즉득기우’(三人行則損一人 一人行則得其友)라 했다. 즉‘세 사람이 함께 가면 한 사람을 덜게 되고, 혼자가면 그 벗을 얻는다’는 뜻이다. 전자의 경우는 이별, 축소, 분열이 있어 대부분 어려운 일이 생기고, 후자의 경우는 벗이나 새로운 사람을 얻는다. 여기서 ‘삼인’(三人)이라는 것은 손(損)이 되기 전의 지천태 내괘 건(乾)의 삼양(三陽)을 말하고‘일인’(一人)은 구삼을 가리킨다.
단전에서 ‘손강익유’(損剛益柔)라 해 양강(陽剛)을 덜어 유음(柔陰)의 결함이 있는 데를 채워준다고 하는데 삼양의 양강을 세 개나 한꺼번에 가지고 가면 잡란(雜亂)해서 모든 것을 위해 취할까 말까하는 생각이 오락가락해 결국은 세 개 중의 하나만이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다. 이를 삼양의 쪽에서 보면 동행삼인(同行三人) 중에서 한 사람이 어긋나서 빠져 나가는 것이 되니 차라리 처음부터 혼자 갔으면 의심받고 헤맬 필요도 없는 것이다. 결국은 음양이 서로 화합하는 것에 있어서는 숫자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단 하나의 가장 적당한 것을 원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을 말하고 있다.

점해 육삼을 만나면 먼저 모든 일을 공동으로 하는 것보다 독립단행(獨立單行)하는 것이 마땅함을 얻을 수 있다. 운기점에서도 꼭 필요한 그 한 사람만을 발탁하는 일이 있고 의지하고 있는 그 사람만을 의지해야 한다. 원하는 일도 원하는 것이 많으면 어느 하나도 얻을 수 없으니 목표를 하나로 정해서 전념해야 한다. 사업, 거래, 교섭 등에서는 중간에 사람을 놓지 말고 유혹을 받아 어떤 집단이나 그룹 속에 들어가는 경계해야 하고 이전부터 계획했던 독자적인 대상을 향해서 매진하는 것이 유리하다. 분규나 분란이 일어나는 일도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토로하면 다른 사람 모두가 따라온다. 물가는 저가에서 고가로 변동하는데 머리에서 걸린다. 혼담은 성사되나 생각이 흔들려 좋은 인연이 도망가거나 삼각관계가 발생하니 이를 막아야 한다. 잉태는 무사하나 변대축(變大畜)하니 늦어질 수 있다. 기다리는 사람은 서로 통하지만 늦어지고 가출인은 동행자가 있으나 실제로는 혼자 나갔거나 헤어져 혼자가 됐다. 분실물은 판명되나 일부가 손실돼 있어 보완 보충해야 한다. 병은 허리나 아랫배 부위의 소화기나 자궁의 암이고, 붓거나 부스럼이 일어나며 악성의 변비, 월경불순 등으로 오래 끌어 바로 호전되지는 않는다. 날씨는 맑았다가 구름이 끼고 흐린다. ‘고도탄상’은 ‘손괘는 산은 위로 높이 솟아오르고 연못은 낮게 밑으로 가라앉으니 산과 택의 기운이 통하지 않아 만물이 발육되지 않고 있다. 말하자면 국가와 백성의 뜻이 서로 통하지 않고 남녀가 교합하지 못해 자식을 발육하지 못한 상’이라고 한다. [실점예]에서 삼효를 얻으면 효사가 말하는 바와 같이 세 사람이 합자해 사업의 뜻을 이루고자 하나 각자의 의견이 달라 합의가 되지 않고 이별, 분열이 일어나는 때이므로 두 사람의 힘을 빌리지 말고 혼자 독력으로 나아가면 뜻이 맞는 벗을 만나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 062-654-4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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