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어도 잘 쉬지 않았던, 학교의 개학을 늦추면서도 기어이 국회의원 선거는 치렀다. 어떻게 생각하면 모든 국민이 이동해야 하는 투표를 강행할 만큼 국회의원 선거가 정치권에는 중요했던 게다.

미증유의 코로나19라는 대위기 속에서도 선거를 해야만 했던, 그만큼 중요한 국회의원들은 당선 이후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당장 코로나19로 닥쳐온 경제위기, 그로인한 실업대란을 막는 것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국민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현재 신종 코로나19 사태가 국내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이 하나둘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3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5만6천명으로, 작년 동월(12만5천명)보다 3만1천명(24.8%)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 폭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컸다. 구직급여는 실업급여에 속하는데 금액으로는 대부분을 차지한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증가 폭이 큰 업종은 숙박·음식업(7천600명), 여행업을 포함한 사업서비스업(4천100명), 개인병원 등 보건·복지업(3천900명) 등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큰 피해를 본 업종들이다.

이미 영세 사업장 노동자, 자영업자,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프리랜서 등 고용보험 안전망 밖에 있는 취약계층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실업과 소득 감소가 현실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기업의 신규 채용 축소·연기도 청년층의 고용보험 가입자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증감을 연령대별로 보면 29세 이하와 30대에서 각각 1만7천명, 4만2천명 감소했고 나머지 연령대는 모두 증가했다.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를 포함한 교육서비스업의 가입자 증가 폭도 4만3천명에서 1만8천명으로 꺾였다.

세계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가 중국에 이어 미국 유럽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전 세계에서 2천50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천200만명보다 많은 수치다. 전 세계가 대공황 이후 가장 거대한 실업 쓰나미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해외에서는 실업 사태가 이미 시작됐다. 미국은 3월 둘째 주 실업수당 신청자가 일주일 전보다 30% 증가했다. 현재 3.5% 수준인 실업률이 2분기(4∼6월)에는 2배로 치솟아 35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 역시 소비 단절, 영업·생산 중단, 기업 파산의 연쇄작용에 따른 대량 실업의 조짐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 지방노동청에는 실업급여 신청자가 작년에 비해 벌써 20-30%씩 늘고 있다.

이번 코로나발 글로벌 불황이 언제까지 갈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글로벌 경기가 내년에나 회복되고 자칫하면 3, 4년 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실업 고통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업들이 모두 유지되고 근로자들은 임금을 계속 받아 둘 다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대량실업 위기에서 정책 1순위가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보다 경제 여건이 떨어지는 우리는 더욱 비장한 각오로 기업 살리기에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공약을 다 내놓고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다양한 입법활동을 통해 전략적으로 정치적으로 관심을 가져할 부분이 바로 실업대란 극복, 일자리를 지켜야 하는 일이다.

정부도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소상공인·중소·중견·대기업 고용 유지 대책, 일자리에서 밀려난 근로자들을 위한 실업 대책, 공공 및 민간에서의 긴급 일자리와 새 일자리 창출 대책,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와 실직자 생활안정 대책 등 네 방향에서 실업 방지와 실업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모양이다.

모두가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빠른 정책결정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인들이 해야 할 몫이 크다. 일자리 유지와 실업자 보호는 복지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강화에 매우 중요한 만큼 정부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고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협조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지나 진정기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중국도 2억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실업자 폭발은 글로벌 수요 감소와 교역 위축으로 이어져 그 여파가 개방형 수출국인 우리나라에 고스란히 전이된다. 실업대란의 속도와 강도를 더 높아질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연간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 성장률 둔화나 역성장은 홀로 오는 것이 아니라 실업양산과 함께 온다. 정치권이 고용 충격과 실업대란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종합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21대 국회는 제일 먼저 실업대란극복위원회를 만들고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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