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는 빛을 발생하는 입자를 가속하는 장치를 말한다. 싱크로트론 가속기이라고도 한다. 가속기의 디(Dee)라는 공간에서 전하를 띤 입자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원운동을 시켜 전자기파 즉 방사광을 발생시킨다. 이 방사광은 적외선부터 자외선, X선까지의 넓은 범위의 연속적인 파장에 이르고 방향성이 있어 단위 면적당 빛의 세기가 크다. 편광성(偏光性)이 강하며 시간적으로 펄스(pulse)의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방사광 가속기는 X선 회절 및 산란 연구, X선 흡수 스펙트럼(X-ray absorption fine spectrum), 단백질결정구조 분석, 광화학 반응, 초미세 묘화법(lithography) 등의 응용 연구에 이용되고 있다.

정부가 이 방사광가속기를 1조원대 국책사업으로 정하고 그 대상지역을 공모했다. 유치전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5월7일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우선협상 지역을 발표하는데, 현재 신청지역은 경북 포항, 강원 춘천, 전남 나주, 충북 청주 4군데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지난 주말 포항시청에서 10여개 산·학·연이 참여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경북유치 공동추진단’ 회의를 열고 세부 전략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유치 활동에 들어갔다. 강원도와 춘천시도 최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지난 13일부터 도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방사광가속기 유치 서명운동에 나섰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지난 9일 200여명 규모로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위원회’를 결성했다. 한전공대를 중심으로 하는 산·학·연 클러스터와 방사광가속기 간 시너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기초과학, 응용과학 등에 활용할 수 있으며 생명·반도체·정보기술·나노소자 및 신소재 등 신성장동력 산업기술 개발에 활용되는 대형 국가연구시설이다. 생산유발·고용창출 등 20년 내 10조원대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고용 13만7천여명, 생산 6조7천억원, 부가가치 2조4천억원을 유발할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전남도는 현재 방사광가속기를 지역 경쟁력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할 여건이 되고 한전공대와 방사광가속기 연계로 산·학·연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대형 연구시설의 집중화를 막기 위해 국토 전역에 안정적 배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남은 설득력이 있다. 현재 첨단연구 인프라가 수도권·충청권에 집중돼 있어 안정성 측면에서 이를 분산시켜야 한다. 최근 10년간 국가 R&D 예산의 지역 배분결과 전국 17개 시·도 지역 가운데 전남지역 비율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초대형연구시설은 충청 4기, 영남 3기, 수도권 2기가 운영되고 있지만 호남엔 없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18년 시행한 ‘방사광가속기 후보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0%가 균형발전·안전성 측면에서 전라도를 최적 입지로 선택했다.

이번 21대 총선 전남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총력을 경주해 방사광가속기의 전남유치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전남이 최근 입지선정 기준을 두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점을 감안해 전남 의원들이 과기정통부를 방문해 전남 입지 조건 6개 세부 평가 항목 가운데 시설 접근성 및 편의성, 현 자원 활용 가능성, 배후도시 정주 여건 등 3개 항목은 수도권 인접 지역이 아니면 사실상 높은 배점을 받을 수 없다는 불평등함을 부각하고 수정을 전면 요구해야 한다.

방사광 가속기는 접근성이나 입지 조건보다는 성능과 운영 품질, 국가균형발전 요소 등이 더 중요한데 지리적 여건에 의한 단순 입지 조건만 따지면 국내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

현재 영남권은 포항에 1995년부터 3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에 이어 2017년부터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하고 있다. 경주에서는 2018년부터 양성자 가속기를 운영하고 있고, 부산 기장에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설립되면서 중입자치료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충청권인 대전에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1조4천875억원을 투입해 95만㎡에 중이온가속기를 건설 중에 있다.

그런데 산업적으로 소외된 전남·북과 광주 등 호남권에는 이러한 시설이 전무하다. 이미 있는 지역에 또 중첩해서 방사광가속기를 준다면 호남지역 과학기술 발전은 더디고, 낙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최근 광주와 전남의 각 기관들이 한 목소리로 1조원대 초대형 프로젝트인 ‘제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를 목청껏 외치는 이유다. 광주시·전남도·전북도, 유관 기관단체 등 각계가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다.

21대 총선을 마친 전남을 비롯한 호남 정치권에 초대형 국책사업인 방사광가속기 유치는 첫 번째 과제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다. 제21대 총선 당선자들의 임기가 5월30일부터 시작이지만 충북 정치권, 강원도 정치권이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지역 정치인들은 광주·전남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몰표를 몰아준 만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광주·전남 지역을 비롯한 민주당 당선인들은 지역민의 엄중한 명령을 가슴에 새기고 의무와 책임을 다한다는 각오로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軍공항 이전, 광주형일자리, 한전공대 설립, 방사광가속기와 국립심혈관센터 유치 등 지역현안이 많지만 우선 발등이 떨어진 불이 방사광가속기 유치다.

지역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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