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괘(升卦) 육사의 효사는 ‘왕용형우기산 길무구’(王用亨于岐山 吉无咎)다. 즉 ‘왕이 기산에서 신령께 제사를 올리니 길하고 허물이 없다’는 뜻이다. 구이는 등용을 받고 제사를 지냈지만 육사는 기산에 제사를 드리는 것이다. 육오는 구이를 신임해 등용했고 육사는 군측에 이미 올라와 있어 구이와 육사는 군을 침범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받을 일이 생긴다. 효 중에서 이효와 사효만이 승(升)이라는 글자가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왜 육사는 기산에 제사를 지내는가? 육사는 외괘 곤(坤)의 하효의 위치이니 순(順)의 순(順)다운 효이고 음(陰)을 가지고 음위(陰位)에 올바르게 있으니 승(升)의 때에 해당돼 승(升)의 세력이 강할 지라도 유중(柔中)의 군(君)을 능가할 우려가 없고 신임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제사를 지내 정성을 다하면 확실히 길(吉)로서 무구(无咎)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구이는 성실을 기쁜 마음으로 쓰고 육사는 순덕(順德)을 받들어 쓴다고 말한다.

상전에서는 ‘왕이 기산에서 신령께 제사를 올린다는 것은 순응하게 처신하려는 것’이라고 해 ‘왕용 형우기산 순사야’라고 말했다. 육사를 만나면 구이와 같은 판단을 한다. 구이는 성실히 노력해 신임이 두터워지나 구사는 일들이 성사되니 지나치지 않음을 경계해야 한다. 사업, 거래, 교섭, 원하는 바 등은 성사돼 있으니 더 이상 구하지 말고 내실을 구해야 한다. 혼담 역시 구이와 같이 좋은 인연으로 잘 돼 간다. 변괘가 뇌풍항(雷風恒)은 아주 좋은 괘이니 반드시 성사시키도록 하는 것이 좋고 여명의 점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잉태도 무사하다. 기다리는 것은 오고 가출인은 외괘가 변진(變震)해 진은 멀리 달아나는 상이니 들어오지 않으며 나간 자리는 고향 등이고 죽을 자리를 찾기 위해 묘지 주변을 헤매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분실물은 불단이나 신단 위 또는 내괘 손(巽)은 서랍이나 장롱, 책상 등으로 그 위에 변함없이 있으니 찾을 수 있다. 병은 복부팽만, 위장장애, 화가 치밀어 올라 가슴 아래가 더부룩한 증상으로 항(恒)으로 고질화돼 급변 악화로 목숨이 위험하다고 판단한다. 하락이수 왈(曰) 육사의 때에는 성운을 타고 출세한다. 마음을 다스리며 정성을 드리는 때이고 서쪽에서 제사를 지내면 좋다. 서로 믿음과 성실함이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 때문에 일이 이뤄진다. 신과 조상의 음덕을 받는 때로 결혼도 좋고 재물도 많이 쌓인다.

승괘 육오의 효사는 ‘정길 승계’(貞吉 升階)다. 즉 ‘정도를 지키면 길하다. 계단을 오르듯 상승한다’는 뜻이다. 상전에서는 ‘바르면 길하고 계단을 오르듯 상승한다는 것은 뜻을 크게 이룬다’고 해 ‘정길 승계 대득지야’(貞吉 升階 大得志也)라 했다. 육오는 유중(柔中)을 얻은 존위(尊位)에 있는 인군(人君)으로 나가서 섬기려고 하는 자를 등용한다. 사사로운 정을 가지거나 차별적으로 등용하지 않고 바른 길을 지켜서 등용하면 ‘정길’(貞吉)이라 했다. 그리해 육사의 측근(側近), 구이의 현신(賢臣)의 덕을 받아 두터운 믿음으로 정치를 할 수 있다. ‘승계’(升階)라는 의미는 육오 자신이 계단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육오가 수행하는 국정(國政)을 사령하는 자들이 궁전의 계단을 올라와서 출사(出仕)한다는 것이다. 이를 상전에서 천하의 뜻을 얻는다 해 ‘대득지야’(大得志也)라 했다. 서죽을 들어 육오를 얻으면 크게 부하, 아랫사람의 힘을 얻을 때라고 말할 수 있다. 변괘가 정괘(井卦)로 아래에 있는 자들의 힘을 얻은 때이고 아랫사람의 힘을 활용해 좋은 것을 반드시 얻을 수 있다. 운기 운세는 호조(好調)의 때이고 승진 승급하나 너무 좋아하는 것은 금물(禁物)이며 물건은 창고에 쌓여있는 것까지도 꺼내서 팔 수 있다. 바라는 바 등 원하는 일은 아랫사람의 도움으로 성취할 수 있고 변해 거듭 퍼 올리는 우물 정(井)이 되니 같은 일을 몇 번 반복해서 실리(實利)를 취하고 부(富)을 얻을 수 있다. 한꺼번에 다하지 않고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하는 것이 더 좋다. 사업, 거래, 담판, 계획 등도 같은 부류의 아랫사람의 힘을 얻어 더욱 아랫사람의 재능을 신장시키려고 하는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추진하면 달성된다. 신축, 증축은 길하다. 혼담은 유중(柔中)의 존위(尊位)에 있으니 여자는 신분이 높은 사람에게 시집간다고 볼 수 있지만 바로 금방 성사되는 않고 다소의 구설(口舌) 곡절(曲折)이 있으니 아랫사람이나 출입하는 자를 써서 꾸준히 추진하면 결국 성사된다. 기다리는 것은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계단 아래에서 들리니 소식을 얻는다. 가출인은 외괘가 변감(變坎)하여 정괘(井卦)로 변하고 승(升)은 올라가는 의미에서 승천한다는 뜻이니 목숨이 위험하다. 나무에 매달려 있거나 우물 안에서 변사 등의 흉조가 있다. 분실물은 계단이나 서랍 위 등에 놓아두고 잊어 버렸으나 어렵게 겨우 찾을 수 있다. 병은 심열, 흉통, 폐질(肺疾), 청각기능 쇠퇴 등으로 지속적으로 위험하다. 홍선생의 [실점예]에서 ‘모 부인의 남편 대권 여하점’에서 승괘 육오를 얻고 점고하기를 ‘계속 계단을 타고 올라 결국 대권을 장악한다’고 해 역시 그러했다.

승괘 상육의 효사는 ‘명승 이우불식지정’(冥升 利于不息之貞)이다. 즉, ‘오르는데 어둠이다. 쉬지 않는 바름이 이롭다’는 뜻이다.

상전에서는 이를 ‘오르는데 어둠이 위에 있으니 사라져서 부(富)하지 않다’해 ‘명승재상 소불부야’(冥升在上 消不富也)라 했다. 초육이나 구삼은 올라가 섬기는 것이지만 상육은 이제 승괘의 극(極)하는 곳에 이르렀으니 위치, 사람, 몸의 영화가 다하는 곳에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나갈 데가 없어 건괘 상효의 ‘항용유회’(亢龍有悔)나, 곤괘 상효의‘용전우야’(龍戰于野)와 같다. 여기서는 곤괘의 암매(暗昧)함을 취해 ‘명승’(冥升)이라 했다. 되도록 노력해서 나가는 것을 억제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이우불식지정’(利于不息之貞)이라 말하고 있다. 즉 ‘나가려는 마음을 없애버리고 겸손하게 물러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상육을 만나면 모든 일에서 대처하는 방책이 아주 어려울 때다. 나가면 몰락해서 망하는 일이 일어나고 멈추면 안에서 시끄러운 일이 일어나니 물러서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위험을 알면서도 운명에 끌려 절벽까지 쫓기는 일이 많다. 이를 방지하는 방법은 단호하게 물러서는 방책 이외에는 없다. 변괘가 산풍고(山風蠱)가 돼 모든 상황이 이제는 갈 데까지 가서 막혀있고 썩어 부패했으니 방향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다. 현상유지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으니 이대로 나아가면 반드시 파멸한다. 운기 운세, 사업, 담판, 원하는 일 등은 이미 얻을 수 있는 것은 얻었으니 이 정도로 끝내고 더 이상 구하려고 하면 얻었던 것 마저 잃어버린다. 그렇지 못하고 ‘명승’(冥升)이라 말한 것처럼 어두운 상태로 나아가려다 실패하는 일이 많다. 혼담은 흉한 인연으로 이야기는 껍데기뿐이고 알맹이는 없다. 성혼하면 실패하고 시집갔다가 돌아와 다시 재혼했지만 그 곳에서 생긴 아이 일로 인한 문제가 생긴다.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고 가출인은 행방불명 또는 생명이 다했으며 분실물은 있는 장소가 불분명해 찾기 힘드나 혹 높은 장소나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을 수 있다. 병은 치매, 부종, 뇌출혈, 타박상 등으로 이미 의식불명인 경우가 많다. 날씨는 계속 흐리고 바람이 분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 062-654-4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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