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년의 남성은 직장에서 용퇴(勇退)를 하려하고 있었다.

“제가 평생을 바쳐 충성을 다 했던 회사입니다. 명예로운 퇴직을 앞두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제가 먼저 사표를 던지려 합니다. 제 인생의 큰 결정이라 상담을 하러 왔습니다.”

필자는 그의 진지한 상담을 듣고 자세히 빼보니 구궁(九宮)과 육임(六壬)에서는 일백수라는 물의 기운과 이흑토라는 땅의 기운이 서로 합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괘상(卦象)은 절대로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하지 말고 물 흘러가듯이 상황을 주시하면서 머물러 있으라는 말이었다.

“지금은 상황을 그냥 지켜보고 계십시오. 또 다른 기회가 다가옵니다.”

그는 그러한 처사가 자신의 성격과는 맞지 않다고 하며 일단 잘 알았다고 하고 필자와는 헤어졌다. 그런 그가 1년 정도가 지나서 다시 왔다.

“그때 말씀을 듣고 사직서를 품에 품고 언제든지 내려는 준비를 하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부하 직원 잘못으로 사건이 생긴 줄 알았는데 본사 매뉴얼이 잘못돼 그 직원이 현장에서 그나마 임기응변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상황이 급반전 됐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본사 회장의 더 큰 신뢰를 얻었다고 한다.

일본 최고의 검객으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는 미야모토 무사시는 그의 평생의 절학인 ‘오륜서’를 통해 수(水)의 전략을 설파했다. 무사시는 60번 싸워 단 한번도 지지 않은 ‘불패의 무사’라는 닉네임이 따라 붙는다. 그는 60번의 승부를 본 다음 더욱 깊은 도(道)의 세계를 깨닫기 위해 무림(武林)에서 사라졌고 노자(老子)의 사상에서 많을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의 수의 전략 편을 읽어보면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이론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상선약수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물의 장을 읽어보면 승부를 할 때도 평소처럼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고 긴장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형식은 목적을 위해 존재하니 물이 장애물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그 장애물을 타고 흐르듯이 형식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또한 물처럼 무념무상의 경지에 있다가 상대방이 방심했을 때는 잔잔한 물이 쓰나미가 일 듯이 적을 칠 때는 일격에 처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무사시는 실전에서 승부를 겨룰 때 수의 전략을 중요시 했다. 손자병법에도 ‘전술은 물과 같다’는 말하며 상대방의 세(勢)와 형편에 따라 전략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물의 지혜는 위기의 순간에 더욱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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