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태 전남대 교수

이번 대선 정국만큼 각종 의혹과 해괴한 말과 장면들이 난무한 적이 없다. 민주국가의 선거에서 황당하게도 왕조시대조차도 금기시 되었던 손바닥의 왕(王)자 논란, 역술, 무속, 도사 등 상상할 수도 없는 미신적 요소가 등장하고 있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19대에 이르는 대통령 선거와 21대에 이르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이처럼 비이성적이며 비과학적인 광경은 거의 없었다. 민주주의 선거의 품격과는 거리가 멀고 국민들에게 감동도 전혀 주지 못한다.

공교롭게도 대선 후보들과 관련하여 고발사주 의혹과 대장동 개발 의혹이 쟁점화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은 정치적 의사결정과정 시스템과 시장경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면 정치가와 정부를 불신하게 되고 정치적 행위인 투표에서도 맹목적이거나 무관심하게 되는 경향을 표출한다. 투표는 국민의 의무이지만 이런 의혹이나 주술적 언어들은 유권자들의 판단을 혼란시키고 흐리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제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돈을 누가 가져가 불평등이 그토록 심화되었는가? 과거 경제개발시대에는 정부가 금융 특혜, 인허가 및 특정 물품의 수입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대기업 등의 특수이익집단에게 제공하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기업은 저금리 융자나 외국차관 등의 금융특혜와 인허가권의 획득으로 약탈적 수익을 올리고 정치권력은 대가로 정치자금을 받는 정경유착이다. 이것이 팀 하포드(T. Harford)의 정부의 도적행위이론이다. 지금의 독점 이권은 민간의 기획 부동산이나 공직자들의 땅 투기를 넘어서는 행위로 법조인, 회계 전문가들, 언론인, 자산관리기업, 금융기관, 그리고 공공기관 등이 참여한 민관 컨소시엄(특수목적법인)으로 막대한 개발이익을 올려 관련 개발업자들이 천문학적인 이득을 얻게 되는 구조이다. 이것은 경제성장에서 생산성 향상과는 무관하게 투기적 시장 기능이 작동하여 부동산 개발과 금융 산업에서 엄청난 부당수익을 챙기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대다수 서민들은 부의 분배가 비정상적이고 부당하게 이루어지고 기회의 공정성도 주어지지 않아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다고 인식한다.

이런 현상을 경제학 용어로 지대추구(rent seeking)라 한다. 이 개념은 1967년 고든 털럭(Gordon Tullock)이 제시하였고 미국 경제학자 앤 크루거(Anne O. Krueger)에 의해서 정립되었다. 지대는 원래 공급이 제한된 토지를 이용하는 대가로 소유자에게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지대는 생산요소의 소유권 자체는 물론 독점 이윤을 포함하여 독점권의 소유로 확장되었다. 지대추구는 단체, 협회, 조합 등 특정이익집단이나 기업, 개인들이 독점적 이권이나 각종 특혜를 얻기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을 이용하여 비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로비, 소송, 약탈, 방어 등의 행위를 뜻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최상위층과 집단들에게 집중되는 지대추구에 대해서 ‘불평등의 대가’(the Price of Inequality)에서 “상위 1퍼센트가 누리는 엄청난 부는 그들이 생산에 기여한 것이 아니라 특권과 지위를 이용하여 사회적 생산으로부터 엄청남 양을 빼앗아 간 것에 기인한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런 지대추구행위는 경제를 성장시키고 분배에 기여하기 보다는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려고 자원을 낭비하게 되어 자원배분을 왜곡하여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경제 전반의 활력을 저하시켜 제로섬 게임을 넘어서 네거티브섬 게임이다.

우리 사회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지대추구로 인해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하여 불공정성과 불신이 가득하다. 이런 상황에서 스티글리츠의 지적은 우리에게 조언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스티글리츠는 ‘거대한 불평등(The Great Divide)’(2015)에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미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사적 노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민주당의 정통 귀족 계층 출신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세금과 사회복지 정책을 통해 부를 고르게 분배하면서 동시에 규제를 통해 자본주의 탐욕을 억제하는 것으로 자본가들의 줄기차고 엄청난 방해를 견디고 성공했다.”라고 소개하였다. 또한 1968년 당선되어 재선에 성공했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조작에 능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마저도 사회적 통합과 경제안정의 최선책은 투자로 메디케어(공공의료보장제도), 헤드스타트(저소득층 교육지원제도), 소셜시큐리티(사회보장제도)에 투자하였고 연간 기본소득을 보장하자는 안을 내 놓았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아마도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은 민주당도 공화당도 아닌 오직 국민들의 행복을 지키는 것에 몰두한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공정을 확보하고 상호 불신을 벗어나 통합으로 가는 길목에서 스티글리츠가 지적한 것처럼 불평등 해소와 지대추구 규제를 실천한 역사적인 노력을 되새겨 보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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