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전원일치 의견으로 옛 5·18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이 보상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청구를 막고 있어 해당 조항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신체적 손해 뿐 아니라 정신적 손해를 인정받는 길이 열리면서 관련 소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5·18 유공자와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대규모 집단소송을 제기해 주목되고 있다. 고(故) 박관현 열사를 비롯한 유족, 유공자 본인 및 생존한 부모 등 916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943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하고 나선 것이다. 소장에서 이들은 “사망과 상해, 불법 구금에 따른 정신적 손해는 물론 5·18 이후에도 국가기관에 의해 감시와 사찰에 시달렸던 점, 트라우마에 대한 보상이 전혀 없었고 부정적 사회 낙인에 시달렸던 것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5·18 피해자 70여명을 대리해 손배소를 내기도 했다.

5·18 유혈 진압의 책임자 전두환은 한 마디 사과 없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 날의 고통은 41년이 지났어도 여전하다. 광주트라우마센터가 벌인 조사 결과에서는 부상자·구속자와 가족(유족 포함)의 55.8%가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호소했다. 항쟁 직후에도 진실을 알리는 투쟁을 벌이다 신군부에 붙잡혀 직장에서 쫓겨나고, 대학생은 제적을 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었다. 아울러 유족회와 부상자회에 최근까지 접수된 정신적 피해 신고는 각각 180건, 140건에 달한다.

법원은 정신적 피해보상 청구를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다. 헌재는 위헌 판결 당시 “헌법상 기본권 보호 의무를 지는 국가가 오히려 정신적 고통을 입혔음에도, 그로 인한 배상청구권 행사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고 명확히 했다. 앞으로 헌재의 판단과 다르지 않는 판결을 기다리게 된다. 잔혹한 공권력에 희생되고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은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후속 소송 준비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잇따라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배상이라고 해봐야 작은 위로일 뿐이다. 모두 합당한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겠다. 그리고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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