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바이든 정부의 출범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심상치 않게 흐르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것이 1년이 넘도록 주한 미국대사가 공석이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미간의 관계에 비추어 대단히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면서 여러 가지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드디어 신임 대사가 내정되었다. 신임대사 내정자인 필립 골드버그(65) 주콜롬비아 미국대사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대북 유엔제재 이행조정관을 지냈다. 그는 미국의 대북제재 전략을 총괄 조정하면서 유엔의 대북제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는 등 북한에 대한 강경책을 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위중한 시기에 바이든 행정부가 이처럼 강성 이미지의 대사를 임명한다는 것은 대북제재의 강도를 더욱 높이면서 대결국면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특히 대사로 부임하기 위한 상원의 인준 절차에 수개월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임 대사는 문재인 정부가 끝난 이후에 부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북한에 우호적인 문재인 정부와의 협의는 배제하고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 하나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한·미간의 통화스와프 종료이다.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연장이 무산되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외화 유동성이 위축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이 차지하는 GDP 규모를 감안한다면, 더구나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까지 예상되는 시점이어서 통화스와프 연장 실패의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당장 외화 유출로 인한 주식 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이어지는 금리 인상으로 시장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당연히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국 대사의 오랜 공백과 강성 이미지의 대사 임명, 그리고 이제껏 문제없이 연장됐던 통화스와프의 종료는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실상 정권교체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에 반해 중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북한의 위태로운 군사적 도발은 미국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우려하는 것처럼 북한이 유엔의 제재 범위를 벗어난 도발을 감행하고 미국이 이에 대해 군사적 조치를 취하게 된다면 한반도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당장이라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는 국가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하기에 대선의 향방에 결정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 유럽과 대만, 그리고 중동의 상황을 보면 한반도 역시 군사적 충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이후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증대할 것이 자명하다. 어디 중국뿐인가. 이란은 중동에서, 러시아는 유럽에서, 여기에 북한까지 동시다발적으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다면 아무리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이라 해도 대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으로서는 가장 우선적인 군사행동 선택지로 북한을 꼽을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혼란이 불가피함에도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도발이 갖는 의도는 간단하다. 대한민국이 미국과 가까워질수록 한반도의 평화는 위태롭고, 북한과 중국의 핵심이익을 손상시킬 수 있는 정부의 등장을 결코 바라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국면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