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각 캠프는 3·9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거리 유세 등 콘셉트에 맞는 상징색을 선정한 뒤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 위로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의 홍보 현수막.

‘색’(色)의 전쟁은 이번 3·9 대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백 마디 공약보다 한순간 뇌리에 남는 색깔이 후보의 인상과 이미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게 주요 정당 여·야 후보 캠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각 후보 진영은 자신의 유세 콘셉트에 맞는 상징색을 선정한 뒤 이를 후보와 선거 운동원들의 패션으로 연결해 후보의 대표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키는데 힘을 쏟고 있다.

유세 현장은 각 후보의 상징색에 따라 파랑색·빨강색·노랑색·주황색 등으로 물들기 일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파랑색’을 상징색으로 정했다. ‘위기에 강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선거 슬로건에 맞춰 차갑고 무거운 톤을 피하고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의 파랑색 계열을 택한 것.

이 후보는 당 로고가 새겨진 파랑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다니고 있다. 서민과 호흡하면서 항상 일하고 뛰어다니는 역동적 이미지를 연출해내기 위한 전략적 고려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거리 빨강색을 선택했다. 국민의힘의 상징색인 빨강색은 강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2030세대인 젊은층의 상징인 ‘정열’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또 공식 석상에서 정장·와이셔츠 등 어느 한 부분에는 반드시 빨강색이 배치되고 있다. 윤 후보는 홍보 현수막에서도 2030세대를 겨냥한 ‘윤석열이 약속합니다. 광주에도 복합 쇼핑몰을’이라는 문구로 표심을 구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진영의 기본 색깔은 ‘노랑색’이다. ‘주4일제 복지국가, 일하는 시민의 대통령’이라는 선거 슬로건에 따라 따뜻함·안전·희망·안정감을 주는 ‘노랑색’으로 쓰고 있다.

심 후보는 거리 유세 때마다 검정색 계열의 정장 차림에 노랑색 마스크·목도리를 두르고 유세전을 편다. 멀리서도 눈에 뛸 정도로 강렬하다는 게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파랑색과 흰색을 주요 상징색으로 사용하고 있다. 신진 정치 세력의 참신하고 청렴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흰색을 바탕으로 쓰고 친근함을 주는 파랑색을 중첩시켰다.

기존 정치 세력을 ‘부패한 세력’과 ‘무능한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전략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는 주로 흰색 바탕으로 통일했는데, ‘기득권 공화국에서 기회의 나라로’라는 슬로건은 파랑색·녹색으로 통일했다. 흰색 바탕은 청렴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슬로건 문구가 눈에 잘 띄도록 파랑색 계열을 쓴 것으로 보인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는 빨간색과 흰색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 플래카드 배경은 물론 유세 차량과 자원봉사자 점퍼와 티·모자도 모두 빨강색으로 통일했다. 허 후보의 홍보 현수막에는 ‘1억원 지급(18세 이상 코로나 긴급 생계지원금 지급) 등이 적혀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각 정당과 후보들이 사용하는 색깔을 피하려다 보니 정작 자신들의 홍보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당과 후보들이 앞다퉈 유권자들에게 호감을 주는 색깔을 사용하기 때문에 선관위가 막상 팸플릿이나 포스터, 현수막 등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적합한 색깔을 고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공정성 시비로 색깔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할 판”이라며 “색깔은 미세한 변화만 줘도 각종 홍보물의 느낌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지만 각 후보 캠프마다 유권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색깔을 정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종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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