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 1기 내각 장관 후보자를 속속 발표했다.

장관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조선 건국공신 정도전은 ‘재상론(宰相論)’에서 이렇게 설파했다. ‘임금이 그르다고 말해도 재상은 옳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임금이 옳다고 말해도 재상은 그르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자세를 버리고 임금의 비위만을 맞추려 하거나 임금의 총애를 받아 일신의 영달만을 추구하려고 한다면 이미 자신의 직책을 저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도전은 ‘위로는 임금을 보필하고, 아래로는 백관을 통솔하며 만민을 다스리는 사람’이라고 재상을 규정했다.

새 정부의 성패는 장관들의 능력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잘 발탁해야 한다. 지난 역사에서 보면 ‘인사가 만사’가 아니라 인사가 망사(亡事)가 된 경우가 많았다.

새 정부의 첫 조각은 대통령에겐 새로운 국정의 방향과 내용을 가늠케 하는 풍향계가 된다는 점에서 신중, 또 신중하게 인물을 골라야 한다. 박근혜정부시절 인사 과정을 둘러싼 여러 경고음이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캄캄인사, 밀실인사, 불통인사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던 점을 돌이켜보기 바란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권을 위임했다. 국민을 대신해서 전문성을 갖추고, 민주적 리더십과 소통능력을 체화하고 있으며,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춘 능력자를 잘 발탁하라는 주문인 것이다.

지난 역사책을 보면, 고려나 조선 할 것 없이 무능한 충신이 정권을 망쳤다. 나라를 팔아먹기도 하고 국민을 능멸하기도 한다.

초한전쟁에서 항우의 초나라를 이긴 한(漢)나라의 유방이 황제 즉위식에서 신하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천하를 얻은 것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잘 기용했기 때문이오. 훌륭한 계책을 세워 천리 밖 싸움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 나는 장량만 못하오. 백성을 보살피며 나라의 안녕을 도모하고 군수물자를 대주는 데 있어서 나는 소하만 못하오. 또한 100만 대군을 이끌고 나가 싸워 이기는 데 있어서 나는 한신만 못하오. 이 세 사람은 100년에 한 번 날까 말까 한 인걸들이오. 나는 다만 이들이 자신의 실력을 잘 발휘하도록 도와준 것 뿐이오’

한왕 유방(劉邦)이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다툰 초한대전(楚漢大戰)에서 유방이 이기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승자가 된 인물은 유방이었다. 적절한 인재등용 때문이었다. 권력자의 주변은 늘 아첨배로 가득하지만 진짜 인재는 권력 주변에 얼씬거리지 않는다. 그래서 역사에는 인재 발탁의 어려움에 관한 사례가 많다. 유비(劉備)가 일개 시골 학자에 불과했던 제갈량(諸葛亮)을 세 번이나 찾는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모신 것은 그런 사례 중의 하나다. 고구려 고국천왕도 농사짓던 을파소를 ‘겸손한 말과 정중한 예’로 중용해 국상으로 삼았고, 삶의 어려움을 아는 그는 백성에게 관곡을 빌려주는 진대법을 시행해 백성을 도탄에서 건졌다.

때로는 반대편에서 인재를 찾을 필요도 있다. 반대진영의 관중(管仲)을 삼고초려보다 더한 세 번 씻고 세 번 향을 쬐는 삼흔삼욕(三 三欲) 끝에 모셔서 성공한 인물이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桓公)이다. 관중은 반대진영 정도가 아니라 환공의 형이었던 공자 규(糾)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공자 소백에게 활까지 쐈던 인물이다. 환공이 제나라 군주가 되어 관중을 사형에 처하려 하자 포숙(鮑叔)은 “제나라만 다스리려면 포숙으로도 가능하지만 패자(覇者)가 되려면 관중을 기용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환공은 삼흔삼욕하는 정성으로 관중을 모셨고, 춘추시대 첫 패자가 되었다.

우리 주변을 보면, 참 유능한 인재가 많다. 저런 분은 장관을 했으면 좋겠다 싶은 이가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가깝지 않으면 아예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시대의 화두를 잘 챙기고, 이 시대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시대적 소명을 절감하고, 깊이 사고하고, 멀리 내다보며, 세상사는 문리가 트이고, 주위가 신뢰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광주와 전남에도 많다. 정도권의 ‘재상론’에 걸 맞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지 않고 진정 국민을 살피는, 시대적 소명을 아는 이들이 있다.

3000년 전 공자(孔子)는 지인(知人),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을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했다. 인사권, 통치권을 가진 사람의 중요한 덕목중의 하나는 ‘인재를 알아보는 지혜’다.

최고인사권자는 깊이 사고하고 멀리 내다보며 많은 사람이 희망을 보며 일할 수 있도록 폭넓게 인재를 살펴봐야 한다. 세상사는 책임져야 할 리더 자체가 문리가 틔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주변과 신뢰를 구축해야만 추진력이 생긴다.

대한민국이 정치도 선진국이 되려면, 자질을 갖춘 유능한 인재가 미리 준비되고, 누구나 인정하는 인재가 존경받아야 하며, 바른 인재가 당당하게 일하고 성과를 내도록 인재발탁시스템도 선진화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격과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국민의 눈높이도 아주 높다. 옛날식 장관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