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9(월)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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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체의 세포 안에는 DNA라는 유전물질이 들어있고 이 유전자의 발현으로 자식이 부모를 닮고 부모는 또 그 조부모의 형질을 닮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간혹 자식들 중에 애비, 애미를 닮지 않은 특이한 모양이나 성질을 타고 난 자식을 보면 ‘저 놈은 대체 어디서 온 놈인가’하며 유전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에 의하면 종의 형질 변형은 수세대에 걸친 환경과 식습관의 변화에 의해 이뤄진다고 했지만 최근 1-2세대와 같이 아주 짧은 세대만에도 형질의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후성유전학이라는 이름으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후성유전학의 핵심은 유전자는 동일하지만 표현형이 달라질 수 있고, 그 달라진 표현형이 계속 유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일란성 쌍둥이의 표현형 변화이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를 한 명은 한국서 키우고, 다른 한 명은 미국으로 입양을 보내서 20년 뒤에 두 사람이 상봉을 하게 됐는데, 키나 외형의 차이가 현격하더라는 내용이다. 보통 일란성 쌍둥이는 키나 외형, 식습관, 취향 등등이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왜냐하면 유전자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십 년간 떨어져서 다른 음식과 다른 문화를 접하면서 자라게 되면 유전자의 원판은 똑같으나 표현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인류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새로운 이론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건물의 설계도와 시공 후의 모습으로 비유해보면 좋을 듯 하다. 시공이 설계도면 그대로 완성돼야겠지만 중간에 변수는 참으로 많다.
일하는 인부들이 제 때 투입이 되었는지? 공사 기간에 장마나 홍수 등의 날씨의 변수가 영향을 주지는 않았는지? 도면에서는 알루미늄 샤시의 창틀을 계획했었는데 실제 시공을 하다가 하이샤시로 변심을 해서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고, 공사업자가 이익을 많이 내려고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줄여서 시공을 해서 건물의 내구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는 참으로 다양한 변수가 개입이돼 최종적으로 완성된 형태는 설계도면 그대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후성유전에서 말하는 유전자 발현형의 변화가 이와 같다.
실제로 암의 발현과 전이, 재발에서 후성유전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인체의 23쌍의 염색체 속의 유전자는 원판 그대로 존재하나 유전자 발현의 스위치가 ‘켜지느냐 꺼지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 되는 것이다. 암 유발 유전자의 발현은 억제가 되고 암 억제 유전자의 스위치는 잘 켜지게 되면 암은 예방도 되고 치료도 되는 것이다.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무엇이 암 유발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고 어떠한 것들이 암 억제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줄까? 이러한 요인들을 잘 관리하면 암은 완전 정복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음식, 술, 담배, 감염, 스트레스, 환경오염, 약물, 운동, 사회적 환경, 자궁 내 환경 등이 바로 그 요인들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암세포의 입장에서 보자면 암세포는 어둡고 춥고 축축하고 냄새나는 아주 안좋은 환경 속에서 매일 매일 생활하다가 생존의 위협까지 받게되면 급기야 자기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변하는 것이 바로 암세포다.
즉 암 유발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는 것이다. 즉 ‘또라이’ 세포로 변질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럴 마음은 없었다. 너무 오랜 기간동안 정상적으로 먹고 살기 힘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숨쉬기도 힘들게 혹사 당하다 보니 죽을 수는 없고,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서 발악하다가 하다가 또라이 암세포가 되는 것이다. 암 주위 미세환경은 공통적으로 저산소 상태에 산성이다. 즉 만성 염증 상태가 오래도록 지속됐던 것이다.
정상 세포가 암 유발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지 않게끔 미리 미리 좋은 음식과 환경과 습관으로 내 몸을 관리하는 것이 암의 예방과 치료에 아주 중요하다.
<노정균 비엔날레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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