寄星山妓(기성산기)[2] / 목계 강혼

고야산 신선에 백옥 같은 자태이라
새벽에 일어나 면경에 그리는 눈썹
아침술 취한 얼굴에 살쩍머리 흩어지네.
姑射仙人玉雪姿 曉窓金鏡畵蛾眉
고사선인옥설자 효창금경화아미
卯酒半酣紅入面 東風吹鬢綠參差
묘주반감홍입면 동풍취빈녹참차

거드름이란 말할 것도 없이 여인과 함께 가무를 즐기는가 하면 잠자리를 같이 했음이 다반사였다. 그리고 멋진 시문 한 편을 던지고 나면 그건 율(律)이 되고 려(呂)가 돼 주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구김진 이불을 굽이굽이 펴놓은 잠자리는 더욱 달콤했을 것이다. 시인의 성향에 따라 정사를 즐기는 장면까지도 일궜다. 고야산 신선인 듯 백옥 같은 그 자태며, 새벽이면 일어나 면경에 눈썹을 그린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봄바람 한 줌이 불어와 살쩍머리 흩어지고(寄星山妓2)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목계(木溪) 강혼(姜渾:1464-1519)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영의정 유순의 주선으로 1506년 중종반정에 참여해 정국공신 3등으로 진천군에 봉해졌던 인물이다. 후에 좌승지, 대제학, 공조판서, 한성부판윤, 중추부판사를 거쳐 우찬성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진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고야산 신선인 듯 백옥 같은 그 자태며 / 새벽이면 일어나 면경에 눈썹을 그리는구나 // 나는 아침술에 취한 얼굴이 붉어지고 있는데 / 봄바람 한 줌이 불어와 살쩍머리 흩어지고’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성산기생에게 주다2’로 번역된다. 성산 기녀와 더불어 살면서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자신만만함이다. 시인은 전구에서 ‘부상관사 안에서 두 사람이 한 바탕을 즐기는데 / 자는 길손은 이불도 없고 촛불도 꺼져가네 // 무산 열 두 봉에 새벽꿈이 어리는데 / 역루에서 맞이한 봄밤은 차가운 줄 모르겠네’라고 했다.

시인의 시상은 선상 기녀의 고운 살결이며 자태를 그림 그리는 듯한 시상 주머니를 매만지고 있다. 마치 고야산 신선이나 되는 듯 백옥 같은 그 자태하며, 새벽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면경(面鏡)을 바라보며 눈썹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여자가 남자 앞에서 예뻐 보이려고 했던 심사는 예나 이제나 똑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화자는 기녀의 고운 자태를 뽐내듯이 시적 주머니를 흔들어 깨우더니 이젠 시상의 초점을 본인에게 돌린다. 나는 아침술에 취한 얼굴이 붉어지고 있는데, 봄바람 한 줌이 불어와 살쩍머리가 흩어졌다고 했다. 엊저녁에 권커니 잣거니 했던 술이 아직 깨지도 않았을 터인데, 기녀의 뒷모습 바라보는데 취한 아침술은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했으리라.

※한자와 어구
姑射: 옛날 신선이 살았다는 산야. 仙人: 신선. 玉雪姿: 백옥 같은 자태. 曉窓: 새벽창. 金鏡: 금경 혹은 면경. 畵蛾眉: 눈썹을 그리다. // 卯酒: 묘주. 아침술. 半酣: 반쯤은 취하다. 紅入面: 얼굴이 붉어지다. 東風: 동풍이 불다. 吹鬢: 살쩍 머리 흐트러지다. 綠參差: 푸른 머리가 흐트러진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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