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7(월) 10:03
|
연초부터 국민 살림살이가 팍팍하다. 지난달엔 난방비 폭탄 때문에 보일러조차 제대로 틀지 못한 가정이 많았다.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5.2% 올랐다. 전기·가스·수도가 28.3%나 뛴 것이 크게 작용했다. 다른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대중교통 요금이 20~30% 뛰고 있다. 2분기 중 전기·가스 요금 추가 인상도 예고돼 있다.
그 뿐인가. 지난해부터 시작된 급격한 금리 인상에 서민 고통은 이만저만 아니다. 2021년만 해도 연 2~3%대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작년 말 7%대를 넘었다. 이로 인해 30대 대출자들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4.2%, 40대는 41.3%까지 높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년여간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가 추가로 떠안은 이자 부담이 37조원이다.
더군다나 월급쟁이가 납부하는 근로소득세는 지난해 57조원을 넘어 5년 전인 2017년(34조원)보다 약 69% 늘었다. 같은 기간 총 국세 증가율은 49.2%, 자영업자·개인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종합소득세는 49.4%였다. 근로자들 봉급에서 원천징수하는 근소세가 국세보다 훨씬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지난 1월 물가는 전월보다 0.8% 높아졌는데, 이는 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이다. 전기·상수도 요금 인상과 난방비 급증이 주요인으로 공공요금 상승이 물가 불안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고통스런 서민의 하루하루를 생각한다면 정부는 하루빨리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종합적인 서민 고통 경감 방안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
문제는 지금의 물가 상승세가 단기간 내 꺾일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전기요금은 지난달 10% 가까이 오른 데 이어 하반기에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다. 지난해 네 번이나 인상된 가스요금도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여파로 하반기에 또 오를 예정이다. 난방비와 함께 필수 생계비 항목으로 불리는 대중교통 요금 역시 인상 대열에 올라 있다. 이달 들어 한파 등 영향으로 농축수산물 가격도 들썩거린다. 십수 년간 동결 상태였던 대학등록금마저 올해부터는 오를 조짐이다. 고금리 시대에 고물가까지 가계 부담이 첩첩산중, 이만저만 아니다.
지자체부터 취약계층이나 서민층의 고충을 면밀히 살펴야 할 이유다. 가격 현실화가 아무리 급하다 해도 공공요금 만큼은 속도 조절과 시기 분산이 요구된다. 현재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취약계층 난방비 지급 문제는 하루 빨리 대상을 확정해 모두가 이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게 해야 한다.
위기가 오면 대책을 강구하고 국민의 불안을 줄여주는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으면 안된다. 정치권은 서로 문제의 근원을 전정권 현정권 탓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국민의 고통을 해갈해줄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는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서민의 고통 앞에서 과연 무엇인가. 처리가 시급한 진짜 민생법안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정치인에게 민생을 챙기는 것보다 우선하는 일이 있을까. 국민의 생활, 생계를 챙기는 것은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지난 8월 당선 연설에서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도 민생”이라고 강조했듯이 서민고통이 극한에 달한 지금이야말로 정치인들이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은 민생 위기극복을 위한 특단에 특단의 대책을 만들고 이를 민생재정으로 지원해야할 때다.
지금 민생경제는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이다. 정부의 예산안으로는 결코 지금의 민생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중산층과 서민을 집중 타격하는 부채충격, 고물가 고금리 충격에 노출된 내수 업종, 부동산 경기하강에 따른 주거불안 등 총체적 민생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유례없는 위기는 전례없는 대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민생경제는 금융위기에 준하는 특단에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별도의 민생재정 추경안을 만들어서라도 보다 근본적인 민생대책을 시급히 세우시라.
아무리 격렬한 정쟁을 벌여도 민생에 관해선 머리를 맞대고 국민이 맞고 있는 저 가혹한 폭풍우를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권력을 쟁취하려는 목적도 국가를 부강하게, 국민을 잘살게 하려는 것 아닌가. 정쟁에 몰두하기 보다는 민생이라는 문제를 두고 더 열심히 행동하고 싸울 때다.
정치의 본뜻인 다양한 세력을 통합으로 이끌어 대화와 협상의 능력으로 통합된 힘을 발휘해야 할 때가 지금이다. 국민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능력을 보여 줄때 정치는 박수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을 더 아프게 더 고통스럽게 더 슬프게 하지 말라.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