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살림살이가 날로날로 취약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7.7% 감소한 3만2661달러로 집계됐다. 1년 만에 다시 3만500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이 수치는 항상 우위를 보였던 경쟁국 대만보다 낮은 것이다. 1인당 GNI가 약 20년 만에 뒤집혔다. 대만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대만의 1인당 GNI는 3만3565달러로 우리나라보다 소폭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큰일이다. 이런 현상이 잠시잠깐이라면 인내의 시간을 보내겠지만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2월에만 교역조건 악화로 지난해 전체 무역적자 38%에 달하는 180억 달러에 이르는 적자가 쌓였다. 환율 고물가 수출감소 등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소득지표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공식 집계하는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867조 원이다. 여기에 1058조3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전세보증금(준전세 포함)을 합하면 2925조3000억 원으로 3000조 원에 근접한다. 한국인 1인당 약 57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집값 상승과 임대차 3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2020∼2021년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전세금을 포함한 가계부채 규모는 5년간 31.7%나 늘었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OECD 31개국 가운데 4위지만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면 1위로 올라서게 되고 이 부분이 우리 경제 큰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이 1년 전보다 7.5% 줄었다. 수출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20% 안팎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6월부터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10월부터는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무역수지도 53억달러 적자로 올 들어 불과 두 달 만에 누적적자가 180억달러로 불어났다.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3월부터 1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내수도 불안하다. 지난해 4분기에 민간소비(-0.4%)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올 들어서는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제조업 체감경기가 2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무역적자가 12개월째 지속되는 현 상황은 매우 걱정스럽다. 과거 1995년 1월∼1997년 5월까지 28개월 연속 적자를 낸 이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찾아왔었다.

위기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의 위기의식은 너무 느슨해보인다. 긴급처방이 없다. 국민이 희망을 느낄만한 전문적인 대책이 없다.

정부와 정당, 지자체는 국민 경제, 지역경제 살리기를 최우선에 두고 주도면밀하게 현안을 챙겨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현 상황을 직시하고 국민 경제 위기 타파에 총력을 기울여 대응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이미 침체에 빠졌는지도 모른다. 기획재정부가 이미 경기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공식 진단을 내렸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2월 경제동향을 통해 고물가 상황에서 내수회복 속도는 완만해지고 수출부진이 지속되면서 경기흐름이 지난달 하반기부터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일부 민간 연구기관들은 경기 선행지표를 근거로 작년 9월 경기가 고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경제기표가 후행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경제는 이미 침체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 가장 힘들어지는 쪽은 정책지원이 더 절실한 서민이다. 실물자산이 거의 없고 생계형 대출이 많은 저소득층은 고물가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와 고금리로 인한 채무상환 부담이 일반계층보다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일자리 지원사업확대, 영세자영업자 대출 상환 유예 등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선행되어야 할 이유다.

경제는 심리라고 한다.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정부가 불어넣어주어야 한다. 눈앞에서 추락하는 경제현실 앞에,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진지한 대책을 내놓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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