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는 늘 비판의 대상이다. 정치 혐오증 무관심층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선거법은 정부 수립 이후 115차례나 개정됐다. 그때마다 ‘민의’를 명분 삼았지만, 현실은 늘 당리당략에 좌우됐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을 한다며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우후죽순 ‘위성정당’으로 전락했다. 거대 양당의 나눠갖기식 비례대표제가 오히려 정쟁과 정치 양극화를 조장하는 등 개편이 개판이 된 경우가 많았다.

지금 국회에선 정치구조를 바꿔보겠다는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비례성 강화와 승자독식·지역독점 타파, 민의 왜곡 방지 등을 담은 선거제 개혁의 방향성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논의 테이블에 올라온 안은 세 가지다. 세 안 중 1·2안은 기존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또는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둘 다 지역구 의석은 지금대로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은 늘려 전체 의원 정수는 지금보다 50석 정도 많아지게 하는 안이다. 3안은 대도시는 지역구마다 3~10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적용하고,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은 1명을 뽑는 기존 소선거구제를 적용하는 혼합형이다. 의원 정수는 현행 300석을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도록 했다.

1·2안의 경우 그러잖아도 국회의원 수가 많다고 생각하는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3안의 경우 지역구 의석수 축소에 대한 기존 의원들의 반발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음 총선을 이기기 위해 유리한 쪽으로 개편을 한다면 국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공허한 원론적 주장을 펼치지 말라. 실효성 있는 주장을 통해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왜 우리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는지 그 실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현행 선거제는 승자독식 구조여서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불가피하다. 거대 정당 중심의 극단적 대결 정치는 국민 피로감을 불러왔다. 이념적·지역적 대립을 일상화했다. 그래서 염증을 느낀 국민은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 대규모 사표(死票) 발생으로 유권자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조직선거가 판을 쳤다. 이대로 놔두면 정치가 사망할 지경이다.

이번 선거제 개편 논의를 통해 정치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뜻이 반영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거대 양당이 기득권에 얽매이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의석 확보의 유불리를 따진다면 배가 산으로 갈 것이다. 여야는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선거제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부탁컨대 이번만이라도 대결 정치에서 타협의 정치로 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20년 만의 국회 전원위 논의인 만큼 당리당략, 개인 이해타산을 벗어나 한 번만이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내년 총선 1년을 남긴 현재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최악이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국민과 반대로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심과 반대로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한데 정치는 국민의 고통을 바라보지 않고 있다. 거대 양 정당 모두 지지층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2024년 4월 10일 실시되는 제22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민심을 외면하고 민생은 젖혀 놓은 정치권이 모처럼 정치개혁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토론을 벌인 만큼 모든 지혜를 모아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현 국회의원이 일과 역할보다 과도한 혜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은 현재 200여 가지의 특혜를 누리고 있다. 스스로 과도한 특혜를 내려놓는 개혁 먼저 하지 않는다면 국민 속으로 들어오기 힘들다. 월급은 노동자 평균임금으로 하향 조정하고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헌법 개정을 통해 없애는 게 맞다. 보좌관 고용 제한, 전관예우 척결, 정당 국고보조금과 선거 후원금 모금·선거 비용 환급 폐지도 거론되어야 한다.

부디 국민의 여론을 잘 파악해보기 바란다. 국회에서 선거제 개편을 지금 논의하는 이유는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거대 양당의 분열과 갈등, 정쟁의 무대로 변질됐다는 국민 평가를 극복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국회부터는 이런 고질적 문제들이 반복·재생산되지 않도록 제대로된 정치인을 뽑아야 하고, 그 선거제 개편 논의 자체가 잘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지역주의에 기댄 거대 양당의 독식 완화, 비례성 강화, 소수 정당 원내 진입 뒷받침, 사표 최소화 등 세부 논점들이 개혁의 본질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뼈를 깎는 자세로 기득권을 포기할 때 현답을 찾을 수 있다. 여야 모두 당리당략을 넘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선거제 개혁방안을 도출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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