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하다. 이제 그만 듣고 싶다. 부모 형제가 죽어가는 것 눈 뻔히 뜨고 지켜본 우리다. 살아있는 것이 고통스런 사람들, 상처난 피부에, 소금을 부벼대는 저 짐승같은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계속 폄훼하는가.

서울사랑제일교회 전광훈목사가 지난달 27일 광주를 찾아 망언을 쏟아냈다. 그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반대한 건 물론, 북한군 개입 등 왜곡된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당시 북한 간첩이 앞서가는 시민군을 향해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명백한 허위사실이자 왜곡이다. 아직도 이런 시대착오적인 망언을 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성명을 내고 “전광훈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 간첩의 소행이고, 헬기 기총소사가 없었다는 등 발언으로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며 “희생자와 유가족, 나아가 광주시민과 우리 국민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5·18기념재단은 전 목사를 5·18 왜곡 처벌법 위반 혐의,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5·18광주민주화운동 왜곡 발언을 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상대로 2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43년간 온갖 고통을 감내하며 불행한 삶을 살아온 5·18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가중하는 행위를 묵과할 수 없었던것이다. 정당한 민주주의를 위해 몸을 던져가며 항쟁해온 민주 유공자의 숭고한 5·18 정신이 더는 훼손되지 않도록 엄벌해달라고 당부했다. 5·18기념재단도 이번 고소와 별개로 법률 대리인을 통한 고소·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이건 분명 이차 삼차 가해다. 43년전 피로 물들여진 금남로에 가기가 겁날 때 신군부와 관변 언론 등은 ‘광주소요사태’, ‘광주사태’, ‘폭동’ 등으로 우리를 명명해 가슴에 총질을 해댔다.

1980년 5월 필자는, 군인들이 금남로 등 시내 중심가에서 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이나 여자를 마구 구타하고 짓밟으며 찌르는 등의 잔혹 행동을 똑똑히 목도하였다. 계엄군은 시위대를 포위하여 구타하였으며 일부 고등학생까지 포함된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으로 저항하였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정치적 비극이었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 있어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한국의 사회운동은 1970년대 지식인 중심의 반독재민주화운동에서 1980년대 민중운동으로의 변화를 가져왔다. 집권세력에 대항해 최초로 무력항쟁을 전개하였다고는 하지만 1970년대 저항 운동의 수준과 한계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광주민주화운동은 뚜렷한 지도부와 이념적 프로그램이 결여된 상태에서 일어난 비조직적 군중의 자연발생적인 자구행위였으며, 방어적이고 대중적인 저항이었다는 점에서 1970년대식 반독재시민운동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화를 갈망하는 많은 나라들의 거울이 되고 있는 광주에 여전히 침을 뱉는 이들의 심보는 진실을 비틀고 싶은 것이다. 지금까지도 아들의 싸늘한 시신을 안은 채 억울하게 오열하는 노모의 사진에 짓밟는 것은 인간이 아닌 짐승이나 하는 짓이다.

앞으로도 이런 욕짓거리 하는 이들은 또 나타날 것이다. 광주를 훼손하고 얻는 이득이 있는 이들은 또 그렇게 할 것이다. 어느 나라든 어느 지역이든 변화에 따른 과도기는 피할 수 없는 역사적 현실이긴 하나,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선 43년 동안 생채기 냈으면 그만 할 때도 되었다.

화가 나서, 5월 관련 정태춘의 노래를 찾아 들었다. 왈칵 눈물이 난다. 서럽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 집 마당가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그 꽃들 베어진 날에 아 빛나던 별들/ 송정리 기지촌 너머 스러지던 햇살에/ 떠오르는 헬리콥터 날개 노을도 찢고, 붉게.’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아직도 피가 끓는다. 군홧발 소리, 헬기의 굉음과 함께 시작된 노래가 끝날 때쯤,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디 갔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그런 가사들이 어김없이 이어진다.

아프다. 더 이상 상처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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