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주민주화운동 43주년을 맞은 5월도 닷새 남았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하여 여러 가지 이벤트가 있지만 그동안 광주는 5월의 축복을 편하게 누리지 못했다. 근로자의 날(5월 1일)을 시작으로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날(15일), 성년의날(16일), 부부의날(21일) 그리고 석가탄신일(27일)…. 기념일마다 부모 자녀 형제 스승 이웃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가정의 달이란 말만 들어도 왠지 따뜻하고 포근한 행복감이 느낀다. 세계적인 스위스 교육학자 페스탈로치는 “가정의 단란함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기쁨이다. 그리고 자녀를 보는 즐거움은 사람의 가장 거룩한 즐거움이다”라고 역설했다.

가정이란 울타리에서 삶의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미래를 설계하며 행복의 근원을 찾기 때문에 가정은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가정은 사회를 이루는 기초단위이고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와 국가가 건강할 수 있고,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와 국가도 병들고 불안해진다.

그러나 가정의 울타리가 아예 없어 먹을 것이 떨어졌고, 춥고, 아프고, 외로운 이들이 의외로 많다. 보건복지부가 낸 고독사 분석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에서 1만5천66명이 고독사로 숨졌다. 인구 10만명당 고독사 비율도 2017년 4.0명에서 2021년에는 5.3명이다.

우리나라의 고독사 위험군은 15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인 가구가 717만 명이므로 5명 중 1명이 위험군인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인 가구 9400여 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교류, 식사 횟수 등을 토대로 추정했다. 고독사가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과 단절돼 홀로 사는 사람이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으로 정의된다. 1인 가구 중에서 연고가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연락이 끊어지면 고독사의 위험은 높아진다. 고독사 위험군은 고령층이 다수일 것 같지만 실직, 이혼 등으로 경제력이 취약해진 40∼60대 중장년층이 훨씬 많다. 이들 중에는 쪽방, 고시촌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변변치 않은 수입으로 살면서 자포자기에 빠져 스스로 고립을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제 고독사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사회적 질병으로 봐야 한다. 영국과 일본이 정부 내 고독 문제를 전담하는 부처를 만든 건 이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선 고독이 심장병 뇌졸중 치매 위험을 크게 높이기 때문에 공중보건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추이를 볼 때 고독한 사람들의 인구 비율 역시 크게 늘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위험군이 더 커지기 전에 찾아내고 지원하는 정부의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사상 처음으로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부 내용은 너무 충격적이였다. 흔히 고독사 위험군이라고 하면 노인·장애인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데 실제는 50·60 중장년 세대가 전체 고독사의 절반(58.6%)이상 차지했다. 게다가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4배 더 많고, 2021년의 경우는 그 격차가 5.3배로 확대됐다. 고독사의 위험에 가장 취약하다는 것이 통계로 공식 확인된 셈이다.

외롭게 죽는 것은 고독사가 아니라 ‘고독살인’이라는 말이 있다. 본인에게도 문제는 있겠지만 더 큰 것은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고 고독사를 줄여야 한다. 정부는 고립 가구를 찾아내 돌봄 정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중앙정부가 컨트롤타워가 돼서 고독사 위험에 놓인 이들을 파악하고 지원하는 그물을 짜야 한다.

수명은 길어졌지만, 혼자 살거나 공동체 붕괴로 사회와 연결되지 않는 개인이 많아진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고독사는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광주시와 전남도도 관심을 갖고 고독사의 위험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가정의 달이 끝나기 전에 지자체에서 꼭 점검해봐야 할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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