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곳곳에 난립한 ‘정치 현수막’으로 인해 시민들이 이른바 ‘시야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정당이 허가나 신고, 금지, 제한 없이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게 되면서 장소를 따지지 않는 무차별 게시로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7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10일 동안 5개 자치구 불법광고물 합동 점검을 통해 ▲동구 5천36건 ▲서구 5천365건 ▲남구 3천849건 ▲북구 5천140건 ▲광산구 6천180건 등 총 2만5천570건을 철거했다.

대상은 ▲공동주택 분양·헬스클럽 가입 등 다량의 상업광고물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장소 등에 게시된 집회신고만 돼 있고 실제 집회를 하지 않는 현수막 ▲정당 현수막 중 법령·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경우다.

올해 1-5월 5개 자치구에 접수된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이 ▲동구 34건 ▲서구 72건 ▲남구 44건 ▲북구 113건 ▲광산구 68건 등 총 331건인 것을 감안할 때 이번 합동 점검에서도 철거된 정당 현수막이 상당수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이날 오전 상무지구 일대에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사회단체, 아파트 분양 광고 등 교차로를 중심으로 적게는 3-4개, 많은 곳은 5-6개의 불법 현수막이 곳곳에 게시돼 있었다. 이 현수막들은 대부분 나무와 나무 사이, 보행자 신호등에 설치돼 있었다. 다만, 불과 수 일전까지만 해도 사거리마다 불법 현수막이 난립했던 것과 달리 정비를 통해 상당 부분 정비된 모습이 확인됐다.

정당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게시되는 이유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시행 2022년 12월11일) 때문이다. 정당 명칭, 연락처, 설치 업체 연락처, 표시 기간(15일) 등을 표기하고 준수하면 어떤 제약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2차, 2023년 5월8일)에는 ▲신호기, 도로 표지, 안전표지를 가리는 현수막 ▲교통수단의 안전과 이용자의 통행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현수막 ▲보행자 통행 장소 및 교차로 주변에 2m 이하로 설치된 현수막 ▲가로등에 2개 초과해 설치된 현수막 등은 정당에 시정 요구 후 정비할 수 있도록 했다.

소수 정당의 한 관계자는 “거대 정당이 아닌 이상 소수 정당의 경우 현수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에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또 다른 좋은 방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 규정에 맞게 게시하고 있고 게시 기간도 엄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수막은 당협위원장 명의로만 게시할 수 있는데 당협위원장이 아닌 이들이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게시한 현수막들이 불법”이라며 “이러한 이유가 정치 현수막들이 난립하는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시는 최근 광주지역에 시당을 두고 있는 19개 정당에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현수막에 대한 정비와 게시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두 차례 보냈다. 상업 광고는 물론, 정당 현수막도 불법이라면 근절하겠다는 게 광주시의 방침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불법 현수막은 상업, 정치를 막론하고 최대한 정비하고 있다”며 “행정안전부에 해석이 애매한 제도의 세부 내용을 명확히 해줄 것을 건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광주시는 불법 현수막 근절을 위해 ▲횡단보도나 버스 정류장은 30m 이내 ▲우회전 구간 ▲어린이보호구역 ▲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는 현수막을 게시할 수 없도록 조례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

한편,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21일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제56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임시총회에 참석해 정당 현수막 단속을 무력화하는 ‘옥외광고물법’을 예로 들며 “옥외광고물과 같은 업무는 지방정부의 자치사무이나 중앙정부에서는 법을 제정해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선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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