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토사유실 도로 통제 28일 오전 광주 북구 각화동 문흥IC 입구 도로에 토사가 흘러내려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사진 上). 이날 동구 조선대 입구 사거리 도로에 많은 비로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김애리 기자

“오후에 날씨 예보를 보고 저녁모임에 왔는데, 폭우가 내려 가게에 갇혀있네요. 비가 온 뒤에 예보하면 그게 중계지 예본가요.”

지난 27일 오후부터 광주에 시간당 5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곳곳이 심각한 침수 피해를 입은 가운데 기상청의 ‘한 발 느린 예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기상청이 당일 오후 7시40분까지 광주의 강수 상황을 ‘가끔 비’로 예보했지만,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예비특보 없는 호우특보를 발효해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대비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2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20분 “28일 오전까지 남해안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오는 곳이 있겠고, 그 밖의 광주와 전남에도 ‘가끔 비’가 오겠다”고 밝혔다.

오후 5시40분과 7시40분에 발표한 기상정보에도 ‘28일 오전 6-9시 광주와 전남은 ‘가끔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고 했다.

그러다 7시40분 기상정보 이후 1시간 만인 오후 8시30분 기상청은 예비특보도 없이 광주·담양·장성·함평·영광에 ‘호우특보’를 발효했다.

이후 기상청은 오후 8시40분 기상정보를 통해 “광주와 전남 대부분 지역에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50㎜의 매우 강한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고 안내했다.

기상 예보가 불과 1시간 만에 ‘가끔’에서 ‘매우 강한’으로 바뀐 셈이다.

이렇듯 갑작스럽게 바뀐 예보에 지난 밤 크고 작은 불편부터 침수 피해까지 겪은 시민들은 기상청의 ‘한 발 느린’ 예보에 분통을 터뜨렸다.

전날 광주 동구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가진 서모(34)씨는 “식당의 마감시간이 다가와 나가야 하는 데 갑작스런 폭우로 도로가 잠긴 탓에 택시가 전혀 다니지 않아 비를 쫄딱 맞은 채로 가장 가까운 친구 집에서 자야만 했다”며 “호우 예보를 조금만 빨리 해줬으면 일찍 집에 들어갔을 텐데 아쉽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일기예보 기사에도 ‘원망과 한탄’이 섞인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지난 27일 오후10시19분께 한 날씨기사에 댓글을 쓴 A씨는 “기상청 날씨를 확인한 뒤 안심하고 우산도 없이 모임에 갔다가 갑작스런 폭우에 집에도 못가고 있다”며 “날씨를 실시간으로만 예보하냐”고 비난했다.

다른 누리꾼 B씨도 “비가 온 뒤에 예보하는 게 중계지 예보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광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정체전선 상의 비구름대는 생성됐다 사라지는 경우가 잦아 세밀하고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며 “때문에 전날 예비특보 대신 곧바로 대비할 수 있는 호우특보를 발효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지방기상청은 충북 오창에 있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기상 예보 프로그램을 돌려 자료를 받고 가공한 뒤 날씨 해설과 기상정보를 전달하는데, 국내와 더불어 해외 등 여러 프로그램을 돌려 나온 자료의 신뢰도는 약 87-88%로 기상 예보관들의 가공을 거치면 실제 신뢰도는 90%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오복·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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