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미술관 로비에 전시된 스티로폼탑과 주방용품을 모아 만든 ‘생활숲-모이자, 모으자’ 작품. (우) 중외공원의 추억을 담은 사진 500장(위)과 ‘토종곡물’을 재해석한 커뮤니케이션 포스터 전시 전경.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중외공원의 사계절 모습이 하나둘 자취를 드러낸다. 봄이면 여기저기서 피어나는 벚꽃나무,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어린이대공원 놀이시설, 팔각정 등 풍경이 자연과 한데 어우러진다. 리듬에 맞춰 행진하는 강아지 행렬, 고양이와 다람쥐, 토끼, 너구리도 공원 곳곳에서 춤을 춘다.

생태미술관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첫 시도로 광주시립미술관이 자연과 도시, 인간 생태 속 새로운 공존을 제시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나섰다.

공생·연결·재생을 주제로 다양한 생명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광주시립미술관의 ‘생태미술프로젝트’다.

도시근린공원인 중외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는 미술관은 자연과 예술이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위해 공원 주변 생태를 미술관 안으로 들여왔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 전시는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전으로 마련돼 의미를 더한다. ‘생태’를 이야기하면서도 ‘디자인’의 개념을 놓치지 않은 작품들이 미술관 곳곳에 배치되면서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 7팀이 참여한다. 이들은 생태학적 관점에서 광주 시민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그들만의 생태철학을 바탕으로 색다른 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

로비에 들어서면 커다란 돌덩이 탑이 줄을 잇는다. 그중 미술관 로비와 야외를 아우르는 공간은 ‘키움밭’. 해양 쓰레기로 만들어진 스티로폼 탑들 사이로 주방용품탑이 고개를 내민다. 어린이와 가족 등 시민들이 음식을 만들고, 담고, 먹었던 그릇·냄비·후라이팬 등이 작품으로 탈바꿈한 것. 또 기부 받은 주방용품 일부는 미술관 앞 물이 멈춰선 계단식 계류시설에 생태 ‘틔움밭’을 조성하는 데 활용된다.

중외공원과 함께 했던 추억을 담아낸 500여장의 사진도 로비 천장 한켠을 장식하고 있다. 그 아래 쪽에는 ‘토종곡물’에서 받은 영감으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이 자유롭게 해석한 커뮤니케이션 포스터 전시가 마련됐다. 생태학적으로도 중요한 토종 씨앗이 개성있는 디자인 포스터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좌) 최정화 작가가 26명의 미술대 학생들과 협업한 해안 쓰레기 보물 채집 프로젝트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우) 곡물 경험 브랜드 ‘곡물집’이 지난 3년 간 탐구한 결과물들이 전시돼 있다.

도시의 다양한 생명체를 예술로 전달하는 생태 리서치 프로젝트 ‘시시각각’은 지난 3개월간 생태학자들과 중외공원 일대를 탐방하면서 우리에게 생소한 새, 거북이, 작은 미생물 등을 면밀히 관찰했다. 이를 바탕으로 작업한 영상, 사진, 드로잉, 회화 등 200여점은 전시장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해안 쓰레기로 구성된 대형 설치작품도 선보인다. 최정화 작가가 전남대·조선대·목포대 26명의 미술대 학생들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작품 ‘나는 너를, 너는 나를’이다.

버려진 폐벌통을 활용한 김자이 작가의 ‘휴식의 기술’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오는 벌의 날갯짓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작가는 지구 생태계를 살리는 꿀벌과 자연, 우리 모두를 위해 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강조한다.

전시장 2층엔 아담한 농장이 마련됐다. 토종벼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내기판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도시 안 개구리’의 무등산 기슭 멧돼지논을 그대로 재현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식경험 디자인 브랜드 ‘곡물집’의 다양한 상품도 소개된다. 이들은 농부들의 삶에서 큰 영감을 받아 ‘토종곡물’에서 발견한 다양성을 기반으로 농업인과 소비자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전시에서는 지난 3년 간 곡물집에서 일궈왔던 과정과 제작한 상품들을 선보인다. 토종 곡물은 물론 토종콩으로 만든 커피나 차 등의 상품이 형형색색 다채로운 패키지에 담겨있어 디자인적으로도 눈길을 끈다.

전시는 오는 12월31일까지 이어진다./글·사진=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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