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근본적 성찰을 기반으로 그 거대한 흐름을 ‘물’로 형상화한 40여 년 작품세계가 펼쳐진다.

송필용 작가 초대전 ‘물의 서사’가 내년 1월21일까지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주관 공립미술관 추천작가-전문가 매칭 지원 사업의 연계 전시로, 지역의 문화 발전을 위해 기획됐다.

1980년대 질곡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가의 초기 대표작부터 신작과 드로잉을 포함한 총 10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남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0년 작가는 5·18민주화운동을 겪으며 역사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바탕으로 사회를 향한 민중의 목소리를 자신만의 묵직하고 사실적인 회화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 후 담양에서 땅의 역사를 응축해 표현할 수 있는 조형요소를 탐구했으며, 역사의 흔적을 흐르는 ‘물’과 ‘폭포’로 형상화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소쇄’

과거의 작업이 이 땅의 역사를 거대한 물의 흐름으로 보여줬다면 신작은 개인의 역사와 삶의 가치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는 ‘물’의 새로운 주제 변화를 시기에 따라 총 3개 섹션으로 나눠 보여준다.

먼저 ‘땅의 역사’ 섹션은 숭고한 역사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1980년대 혼란스러운 정국부터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아픈 역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업으로 이뤄졌다. 그의 작업은 역사의 상흔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면서도 희망적 서사를 담고 있다.

다음 섹션은 ‘역사의 흐름’이다.

우리의 굴곡진 역사에 고통과 상처는 있어도 거대한 흐름은 바꿀 수 없다는 의식을 세찬 물줄기로 구현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특히 김수영의 시 ‘폭포’에서 큰 영감을 받은 작가는 폭포의 세찬 물줄기를 통해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 고매한 정신을 담아냈다. 그의 폭포에서 드러나는 힘찬 필치는 곧은 정신의 소리이자 역사의 시대정신을 대변한다.

마지막으로 ‘심연의 흐름, 치유의 통로’에서는 작가의 신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작가의 직관적인 점과 선의 새로운 조화가 눈에 띈다. 무법(無法)의 선과 점을 새겨 완성된 물줄기는 개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정화한다.

‘심연의 흐름’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송필용의 흐르는 물줄기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고 씻어내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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