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일부 사적지들에 대한 보존과 활용 방안 등이 답보 상태다. 사진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부상자 치료와 시민들이 자발적 헌혈로 피를 나눈 광주 동구 불로동 옛 적십자병원./김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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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당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의료진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함께 소매를 걷어 붙였던 ‘대동정신’의 상징인 옛 적십자병원이 오월 공법단체의 내홍 등에 풍화를 겪고 있다.

또 오월 영령과 민족민주열사가 잠든 망월동 구묘역의 시민 친화공원(성역화) 사업도 명칭과 추진 방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 사실상 멈춘 상태라 보수 및 관리를 위해서라도 합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12일 광주시에 따르면 동구 불로동 174번지 일원의 ‘옛 적십자병원’을 지난 2020년 7월 매입했다.

매입은 ‘옛 적십자병원 보존 및 활용사업’의 일환인데, 광주시는 총사업비 175억(전액 시비)을 들여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5·18사적지 제11호인 옛 적십자병원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다친 시민들이 치료를 받은 곳으로,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21일 피 흘리며 쓰러져 가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 학생과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몰려와 너도나도 헌혈을 했던 역사적인 장소다.

그러나 병원 부지를 매입했던 서남학원이 1996년 경영난 등을 이유로 휴업, 공개매각한 후 유지·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옛 적십자병원은 타 사적지에 비해 상태가 좋지 못하다.

이에 광주시는 사적지 훼손이 우려된다는 오월 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토지 및 건축물을 공공매입했고, 건축기획용역 등을 추진했다.

용역과 함께 실시한 정밀안전진단에서 본관과 부속건물의 안전등급은 매우 취약한 D-E등급으로 나왔다.

광주시는 오월 단체 등이 바라고 있는 ‘건물 전체 원형보존’은 현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체 활용을 위한 보수·보강을 할 경우 예상 공사비만 173억원인 반면, 건물 매입과 정밀안전진단 비용을 제외하고 현재 남은 예산은 84억원 정도여서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본관 일부와 함께 영안실을 제외한 나머지 부속 건물 3개소(별관·기아보호소·창고)의 철거 전제 하에 제시된 용역안 ▲본관 내진보강 후 재활용 ▲건물 외피 존치 후 새로운 내부 공간 조성 ▲건물 전면 존치 후 후면 건축물 신축·연결 방안을 TF에서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TF에 포함된 공법단체 중 5·18민주화운동 부상·공로자회가 내홍으로 지난 1월17일부터 회의에 불참하면서 관련 논의가 멈췄다는 점이다.

5·18사적지 제24호인 ‘망월동 구묘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망월동 구묘역은 국립5·18민주묘지가 조성되기 전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이 안장됐던 곳으로, 새롭게 조성된 신묘역으로 다수가 이장하면서 이한열 열사 등 ‘민족민주열사’들이 묻혔다.

그러나 구묘역에 아직 남아있는 오월 영령들이 있고, 신묘역이 국립묘지로써 ‘격’을 갖춘 반면, 망월동 묘역은 여러모로 낙후된 게 사실이라 광주시는 지난해 3월 추진협의체를 발족해 ‘5·18 구묘역 성역화’ 사업을 본격 추진해 오고 있다.

추진협의체는 시민사회와 숙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광주시, 광주시의회, 오월 공법단체(대표 유족회), 5·18기념재단, 광주전남추모연대,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으로 꾸려졌다.

하지만 협의체 발족 후에도 ‘추진 방안’ 등 관련 논의가 좀처럼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안장 범위’와 ‘명칭’을 놓고 특히 의견이 갈리고 있어서다.

유족회 등 오월 단체는 안장 범위에 대해 ‘5·18 및 관련 진상 규명 등 활동자’로 제한을 두자고 하는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다른 활동을 한 민족·민주열사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칭을 두고도 ‘구묘역’과 ‘민족민주열사묘역’으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탓에 지난달 광주시의 5·18 관련 11개 조례를 1개로 합치는 ‘통합조례안’이 통과됐음에도, 구묘역에 대한 안정범위 및 명칭이 확정되지 않아 성역화 사업도 멈춰선 상황이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옛 적십자병원 보존 방안 결정은 오월 단체의 명확한 의견이 필요한 사항”이라면서 “현재 멈춘 TF 논의는 두 단체가 정상화 된 후 재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구묘역 안장 가부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 구성 전 오월 단체와 시민사회 간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명칭에 대한 정립 등이 우선돼야 성역화 사업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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