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광주 청년운동 산실인 옛 녹성상회의 모습(위)과 현재 녹성상회 건물 외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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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저항 정신이 깃든 녹성상회가 역사적 가치를 지키며 후대에 새로운 의미를 전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13일 남구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 3월 사직동 도시재생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녹성상회 건물 및 부지를 매입했다.

사직동 도시재생활성화 사업은 국토교통부 뉴딜도시재생사업 선정으로 추진됐는데, 남구는 사직동이 갖고 있는 역사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대상지로 꼽았다.

도시재생활성화 사업 중 남구는 ‘코워킹스페이스(co-working space)’ 조성을 위한 부지를 물색, 녹성상회 건물이 있는 곳을 낙점했다.

코워킹스페이스는 주민, 청년, 문화예술인 등을 위한 ‘공유사무실’ 성격의 공간으로, 당초 남구는 녹성상회 건물의 외형만 남겨두고 내부를 새롭게 꾸미려 했다.

그러다 2022년 8월 ‘사직문화보존시민모임’이 녹성상회가 갖는 역사적·건축학적 의의를 남구에 전하면서 사업은 새 국면을 맞았다.

우선 남구는 녹성상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근대역사공간에 대한 재인식 기회를 제공하자는 사직문화보존시민모임의 취지가 실현 가능한지 점검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문화재 등록 추진까진 어려우나, ‘청년 운동 산실·근대 체육 태동지’란 역사적 가치를 지킬 필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남구는 학계 전문가 6명, 주민 1명, 담당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민관 TF를 구성, 녹성상회 보존·활용 방안 논의를 시작했다.

민관 TF 회의 및 현장 추가 조사 결과 녹성상회 1층 천장의 ‘보’와 ‘멍에’는 1930년대 초 지어질 때 그대로 남아있고, 2층의 ‘파사드 벽면’은 디자인적으로 존치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다만, 수차례의 용도 변경을 거치면서 건축 구조가 많이 바뀐 탓에 옛날 모습 그대로 복원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으로 조사돼 TF팀은 녹성상회를 원형에 가깝게 ‘재현’하기로 가닥을 잡고 보수·보강 계획을 수립했다.

잠정 확정된 설계 방향은 건물 2층으로 통하는 계단에 외부 출입문을 설치하고, 건물을 받치고 있는 4개의 기둥을 철골로 보강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남구는 이달 중 리모델링 관련 부서 협의를 마치고 설계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다.

용역이 10월 중 끝나면 11월 착공해 다음 해 3월 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모델링 관련 소요 예산은 4억여원으로 책정됐으며, 활용 방안은 최초 구상했던 코워킹스페이스의 성격으로 잠정 결정됐다.

남구 관계자는 “TF팀 의견을 바탕으로 부서 논의 후 보수·보강 공사가 현행법에 맞춰 진행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며 “녹성상회가 갖는 역사적 가치를 지키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용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녹성상회는 1930년대 초 학생운동가 김후옥에 의해 남구 사동에 설립된 2층 목조 건물로 1층에선 ‘거북선 표’ 고무신을 판매했고 2층은 사람들이 모여 교류 활동을 할 수 있는 ‘살롱’ 형태로 사용됐다.

운영 기간은 길지 않았으나, 설립자 김후옥이 조선물산장려운동 활성화에 손을 보태며 자신과 뜻을 함께할 후학에게 유도와 권투 등을 가르친 장소로 청년 운동의 산실이자 근대 체육의 태동지로 평가 받고 있다.

/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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