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조선대병원과 260여곳의 병·의원 등 광주·전남 의료계가 18일 집단 휴진에 돌입했지만 다행히 의료 대란 등의 큰 혼란은 없었다.

그러나 휴진 사실을 모르고 병원에 온 일부 환자들은 의사들의 진료 중단에 분통을 넘어 분노를 표했고, 일부는 “집단 휴진이 언제 또 있을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날 오전 9시께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내부는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진료 예약 일정을 사전 조정한 만큼 수납·접수 창구 대기 인원도 0-1명 사이를 오갔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의 모습도 보기 힘들었고 호흡기내과 등 일부 과의 진료실 문에는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내과 진료 예약을 하고 왔다는 김현자(56·여)씨는 “진료를 받긴 했지만 대기하면서 보니 휴진인 줄 모르고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또 다시 휴진을 하게 되면 제 때 진료를 받을 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두렵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께 조선대병원에서도 진료 차질 등의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전남대병원과 달리 휴진을 알리는 공고문은 없었고 예약 없이 온 환자들도 별 문제 없이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문 앞에 붙어있는 현 의료상황에 대한 입장문을 보던 일부 환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정희(47·여)씨는 “결국은 환자들만 죽이는 일이다. 타협 없이 무조건 밀어붙이는 정부도, 무턱대고 휴진하는 의사들도 모두 이해할 수가 없다”며 “정말 너무한다. 환자들이 여럿 죽어 나가야만 이 사태가 끝나는 것이냐”고 비판을 쏟아냈다.

전남대병원은 이날 진료가 예정돼 있던 교수 87명 중 약 30%인 26명이 휴진했다.

조선대병원도 외래 진료를 계획했던 교수 62명 중 38%인 24명이 오전 진료를 중단했다. 다만, 휴진 교수 24명 중 12명은 이날 오후 진료에 나서 진료 공백이 어느 정도 해소되기도 했다.

광주 곳곳의 내과, 이비인후과 등 병·의원들도 휴진 안내문을 내걸고 휴진에 동참했다.

북구의 한 아동병원은 오전 진료 후 오후엔 휴진했다. 전날 휴진 내용을 공지했으나 몇몇 시민들은 자녀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김예희(32·여)씨는 “아이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해 급하게 오후 반차를 내고 집과 가장 가까운 병원을 찾았는데 오전 진료만 한다고 적혀 있어 당황스럽다”며 “십분 양보해 일반 병원이야 그럴 수 있다 해도 아동 전문 병원까지 진료를 축소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광주는 지역 전체 의료기관 1천53곳 중 124곳(11.78%)이, 전남은 966곳 중 137곳(14.18%)이 휴진 신고를 했지만 실제 휴진율은 이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광주시의사회는 이날 오후 2시 동구 호텔무등파크 광주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궐기대회에는 200-300여명의 의사들이 참석했으며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구호를 제창하고 서울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 원격으로 참여하는 등 정부를 향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장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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