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5(화)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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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전 10시30분께 광주 북구 월출동 CJ대한통운 북구 SUB 터미널에서 100여명의 택배 기사들은 한증막 더위 속에서 한시라도 빨리 분류 작업을 마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광주 최고기온이 37.2도까지 오른 이날은 오전부터 푹푹 찌는 더위가 기승을 부려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은 이상 실내 온도도 바깥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으나, 터미널 안에는 선풍기만 돌아가고 있었다.
쉴 새 없이 흐르는 땀방울을 닦던 6년차 택배기사 윤민호(56)씨는 “오전 7시에 출근해 3시간 넘게 택배 분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류 후 윤씨가 택배에 붙은 송장 바코드를 ‘스캔’ 장비로 하나하나 찍자 배송 애플리케이션에 일정이 자동으로 등록됐다.
이후 윤씨는 자신의 담당 배송 구역을 가장 효율적으로 돌 수 있도록 동선에 맞춰 택배를 재분류하며 탑차에 쌓았다.
얇은 기능성 옷에 가벼운 조끼 차림의 윤씨가 택배를 쌓기 위해 왔다갔다하는 동안 그의 등은 땀에 푹 젖었다.
아주 잠깐 윤씨는 천장에 달린 선풍기 아래에서 바람을 쐬고 물을 마셨지만, 몸에 오른 열을 식히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윤씨는 오전 11시께 탑차에 올라 배송 업무를 시작했다.
탑차가 터미널 안보다 후텁지근했으나 윤씨는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윤씨는 “차에서 자주 내리기 때문에 에어컨이 큰 의미가 없다”며 “또 기름값을 사비로 충당해야 해 대부분의 택배기사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에어컨을 틀지 않고 다닌다”고 사정을 얘기했다.
북구 중흥동 주택가에서 배송 업무를 시작한 윤씨는 동선 마지막 구역인 매곡동까지 총 300여개의 택배를 이날 하루 동안 전달했다.
윤씨는 그야말로 숨 쉴 틈조차 없이 차에서 내리고 타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가쁜 숨도 내쉬었다.
배송지에 택배를 둔 뒤 윤씨는 벨을 눌렀고, 고객이 나와 택배를 확인하는 것까지 체크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윤씨는 “혹시라도 택배가 분실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씨는 “걷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해서 그런지 허리와 무릎은 물론 몸에 안 아픈 곳이 없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며 힘을 낸다”고 웃었다.
배송은 보통 오후 5시가 넘으면 얼추 마무리된다.
윤씨는 “일이 끝나면 말할 기운도 없을 때가 있는데, 택배 배송과 관련해 문의가 아닌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을 하는 이들이 있어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어 윤씨는 “반면 문 앞에 ‘고맙다’는 쪽지와 함께 음료수를 걸어두거나 ‘수고 많으십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지친 몸과 마음이 눈 녹듯 녹아내린다”며 “앞으로도 택배 고객들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사실 지난 4·10 총선에 출마했었다”며 “6번째 도전이었다. 좋은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도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단있는 어조로 말했다.
/장은정 기자
장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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