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오래된 정원’ 앞에 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존립 작가.

“가장 행복한 순간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누구나 자연 안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힘들고 각박한 생활 속 휴식의 가치를 그림에 끌어오고 싶었어요. 제 그림엔 숲속 쇼파에 누워 아주 편안한 자세로 쉼을 갖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해요. 자전거를 타거나 푸른 산림을 거니는 모습 등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그런 과정들이죠.”

다음달 10일까지 김냇과갤러리에서 기획초대전을 여는 이존립 작가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소재로 한 작가의 그림은 한눈에 보기에도 밝고 화사한 느낌을 물씬 자아낸다.

2000년 이전 샐러리맨의 희로애락을 주제로 ‘야상곡’ 시리즈를 제작했던 그는 21세기 ‘정원’ 그리고 ‘파라다이스’를 주제로 한 자연 그림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64번째 개인전으로, 광주에서는 2005년 광주신세계갤러리 전시 이후 약 20년 만이다. 광주에서 대학을 나와 오랫동안 여수에서 작업하면서 서울이나 부산, 대구 등에서 주로 전시를 가진 그는 지난해 광주아트페어를 계기로 김냇과와 인연을 맺어 이번 전시를 마련하게 됐다.

전시에서는 ‘푸른, 숨’을 주제로 행복한 자연 속 일상을 담아낸 작품 30점을 선보인다. 대부분 지난해와 올해 제작한 신작들로, 기존 정원 풍경을 바탕으로 빛과 그림자를 더한 실루엣 배경 처리가 돋보인다.

“자연 속 동물과 식물, 꽃, 인물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상상해서 그렸어요. 고양이나 강아지도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동물을 좋아하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거예요. 이를테면 휴대폰을 들고 있는 모습은 훗날 지금 시대를 형상화하기 위해 사용한 소재죠.”

그림 속 작가의 정원은 현실 같으면서도 실제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세계다. 크고 작은 이파리의 변주로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하고, 곳곳에 숨겨진 다양한 요소를 찾아보며 작품 자체를 만끽할 수 있다.

이밖에도 전시장에서는 프러포즈를 받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듯한 기분을 표현한 회화를 비롯해 자전거나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연인, 자연 속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는 소녀의 모습 등 다양한 힐링 그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작업에 대한 신념도 확고한 그는 이번 전시 이후 서울 청담동 훈갤러리와 종로구 돈화문갤러리, 대구에서도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도 꾸준히 작업하려고 노력해요. 조금이라도 게을리 하면 전시를 하긴 어렵죠. 이전 작업들에 비해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면 스스로 개인전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아요. 항상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캔버스 앞에 서고 있어요.”/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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