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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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외면으로 한평생 신분이 없다는 설움 속에 살아온 무적자 A씨. 그를 구제할 수 있는 건 역설적이게도 국가뿐이다.

대한민국에 두 발을 붙이고 땀 흘려 일하는 A씨의 삶은 겉으로 봤을 땐 내·외국인 등 여타의 사회 구성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실상은 매우 다르다. 명의(名義)가 필요한 건 전부 불가능해서다.

일례로 A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은 물론 현대인의 생활 필수품인 휴대전화 하나 없다.

물질적 결핍보다 심각한 건 ‘자격의 부재’다.

요건만 갖춘다면 외국인도 국내에서 취득할 수 있는 각종 면허에 응시조차 못하는 A씨는 신분이 없어 아파도 병원 진료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찍혀진 ‘낙인’에 A씨는 점점 더 ‘인간다운 삶’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A씨의 미래는 현재보다 나아질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윤하연 영광군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센터장 남궁경문) 팀장과 송창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 등 A씨가 최소한의 신분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이 생겨서다.

윤 팀장은 지난해 3월 광주지방검찰청이 광주가정법원에 A씨를 대상으로 낸 ‘특정후견 심판’ 청구가 받아들여지면서 그의 특정후견인으로서 관련 사무 처리 등을 도맡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윤 팀장은 A씨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역 법조계에 도움을 청했다.

사연을 전해 들은 민변 광주전남지부 공익소송단은 광주가정법원에 지난 4월 ‘성과 본 창설허가’를 제기했다. 이 소송의 심문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로, 민변은 청구가 한 차례 기각된 바 있는 만큼 행정·법률적 검토를 철저히 하는 중이다.

법원으로부터 창설 허가가 나면 A씨는 성과 본을 갖춘 내국인임을 인정받아 그간 소외됐던 제도권 내로 들어올 수 있게 된다.

또 그토록 바랐던 자신의 이름, ‘이송이’라 불리며 다른 사람을 돕는 ‘당당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결말은 A씨로 한정해 볼 때 ‘해피엔딩’이지만, 국가는 그에게 신분과 복지 혜택을 주는 것으로 끝내선 안된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A씨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A씨가 정부 기관과 처음 만난 게 불미스러운 범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방의 차원에서라도 전수조사를 통한 실태 파악 및 제도권 편입 등을 국가가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A씨를 돕는 이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윤하연 영광군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 팀장은 “사각지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흔치는 않겠지만, 더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며 “A씨와 같은 무적자를 찾고, 구제하기 위해 국가가 움직일 수 있는 근거인 ‘법 제정’이 가장 시급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송창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지부장은 “예전에 비해 제도가 많이 정비되면서 A씨처럼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채 수십년을 사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만, 없다는 보장도 없다”며 “이런 분들의 제도권 편입은 민간 단체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 부지부장은 “법적으로는 없지만 대한민국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 지 확인하고 나서는 길은 결국 전수조사라고 생각된다”며 “A씨보다 더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드러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고 덧붙였다./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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